봄 향기 손 편지

남쪽의 봄소식

by 현월안




남쪽 지방에는 지금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서울은 봄 꽃이 완전히 만개하기 전이다. 엊그제 손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친하게 지내는 여인이 남편과 남쪽 지방 꽃놀이 여행 중에 그곳 봄 꽃 소식을 보내왔다. 활짝 핀 봄 꽃들 사이에서 나를 떠올리고, 그 감정을 종이 위에 옮겨 적었다는 그 귀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편지를 보낸 이는 서울보다 먼저 봄을 맞이한 그곳의 풍경을 전해주었다. 이미 꽃으로 가득 찬 세상을 내게 알려 주었다. 그 풍경 속에서 그녀는 꽃이 너무 예뻐서, 그 감정을 혼자 품고 있기에는 아쉬워서 펜을 들었다고 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요하고 단단한지, 그 엽서의 문장을 따라 내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읽고 또 읽는 동안 남쪽의 햇살과 바람이 일렁이는 듯했다.



우연히 숙소 옆에 우체국이 있었다는 사실도 어쩌면 인연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차오를 때, 그것을 전할 수 있는 통로가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정한 일인가. 요즘은 너무 쉽게 소식을 주고받는다. 손 안의 폰으로 몇 초 만에 안부를 묻고, 감정을 전한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그 속에는 머무름이 없다. 감정이 스쳐 지나가듯 전달되고, 기억이 빠르게 희미해진다.



그러나 손으로 쓴 편지는 다르다. 종이에 펜을 들어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가는 동안 글을 쓰는 이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무엇을 또 어떤 말을 하려는지 이미 하나의 사유가 된다. 봉투 위에 주소를 또박또박 적고, 우표를 붙이고 또 보내는 이의 시간과 정성을 함께 부치는 일이다.



그 엽서를 손에 들고 한참을 머물렀다. 활자보다 더 따뜻한 것은 글씨였고, 문장보다 더 깊은 것은 그 사이에 머문 그녀가 가진 마음의 여유다. 그 여백 속에는 말로 다 담지 못한 마음이 스며 있었다. 봄꽃처럼 화려하기도 하고 오래 바라볼수록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듯했다.



봄은 늘 그렇게 온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나뭇가지 끝에 맺힌 작은 봉오리처럼, 어느새 마음에도 작은 온기가 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종종 누군가를 향한다. 보고 싶은 마음과 전하고 싶은 마음,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이 모여 봄으로 피어난다.



손 편지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떠올리고 있습니다.'라는 조용한 선물이다. 그래서 편지를 받는 일은 그 마음이 생생히 살아있어서 더 감동이고 한 사람의 시간을 건네받는 일이다.



요즘 세상은 속도를 삶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빨라질수록, 오히려 놓치게 되는 것들도 많아진다. 기다림 속에서 익어가는 감정, 천천히 다가오는 기쁨 그리고 오래 남는 여운. 손 편지는 그 잊혀가는 감각들을 다시 일깨운다.



그 여인의 편지는 내게 봄을 전해주었고, 삶을 대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마음이 움직일 때 그것을 미루지 않고 표현하는 마음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 표현을 정성스러운 모양으로 선택하는 섬세함이 예쁘다. 그것은 편지를 보내는 것을 너머, 삶을 대하는 귀한 여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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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사람의 마음을 타고 온다. 꽃이 피어서 봄이고, 그 꽃을 보고 누군가를 떠올릴 때 또 다른 봄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종이 위에 내려앉아 다른 이에게 건너갈 때, 봄은 더 화려하게 넘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