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사람이 남기는 솔직한 기록
인간의 얼굴에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지만, 그 안에 든 표정의 결까지는 좀처럼 깊이 헤아리지 않는다. 웃음과 눈물과 분노와 놀람과 기쁨과 서운함 같은 감정들은 이름 붙일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감정의 결은 그보다 훨씬 미세하고 복합적이다. 어쩌면 인간은 생각보다 더 많은 색채를 지니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 표정은 단순히 근육의 움직임이면서 또 시간과 경험, 기억과 관계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 어렴풋이 읽힌다. 자주 웃는 사람의 눈가에는 부드러운 주름이 머물고, 오래 참아온 사람의 입가에는 잔잔한 긴장이 남는다.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이 얼굴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인간의 표정은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울고 웃고, 감정은 자연스럽게 얼굴로 나타난다. 그리고 삶은 끊임없이 얼굴을 만든다. 반복되는 감정의 습관이 표정을 만들고, 표정은 다시 인상을 만들고, 인상은 한 사람의 분위기가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종종 인상이 변한다는 말을 한다.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는데 화가 난 것처럼 보이거나, 무심히 있는 것뿐인데도 차가운 느낌.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 온 감정의 방향이 얼굴에 남긴 흔적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몸에만 계절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도 시간을 새긴다.
요즘 봄이라서 인사동 전시장에는 다양한 전시가 펼쳐진다. 사람 얼굴을 주제로 한 전시가 있어서 흥미롭게 보았다. 사람 얼굴을 정밀 묘사를 해서 자세히 표현을 하고 또 다른 전시장에는 사진으로 사람의 다양한 얼굴이 전시되고 있었다. 어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또 어떤 얼굴은 알 수 없는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사진 속 그리고 그림 속 표정들은 순간을 포착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 그 짧은 찰나지만 긴 생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문득 나의 얼굴 표정이 궁금해진다. 난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굳어진 표정은 없는지,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오해를 건네는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종종 마음을 관리하려 애쓰지만, 또 얼굴을 통해 마음이 먼저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주름이 늘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얼굴에 담기는 의미가 깊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표정이 순간의 감정이라면, 나이 든 얼굴의 표정은 축적된 삶의 결과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처럼, 얼굴도 시간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바꿔간다. 그 변화는 막을 수 없지만 어쩌면 의식하면 그 선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자주 웃는 삶을 선택하는 것. 쉽게 분노하기보다 한 번 더 이해하려는 여유. 다른 이의 기쁨에 기꺼이 공감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닌 것. 그러한 선택들이 쌓여 얼굴을 바꾼다.
시간은 조용히 변한다. 봄이 오면 나무는 말없이 연초록을 틔우고, 시간이 흐르면 꽃은 소리 없이 지고, 또다시 다른 계절을 준비한다. 사람의 얼굴도 그와 다르지 않다. 눈에 띄지 않게, 그리고 서서히 변화한다. 그 변화 속에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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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사람이 남기는 솔직한 기록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안도가 될 수 있는 얼굴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지하고 의식을 한다.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