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곳에 살고 있을 때, 금오산의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다 금오산의 사계절은 환상적일 만큼 산세가 아름답고 수려한 모습이다 사람들에게 옷깃을 한 자락 내어준 것처럼 도심을 휘감고 있고, 도시와가깝게 인접해 있어서 더 친근한 곳이다 무엇보다 금오산 주변은 아름다운 꽃길이 잘 가꾸어져 있고 둘레길이 예쁘게 조성되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집 앞마당쯤으로 여길 만큼 아주 가깝게 느끼는 친근하고핫한 곳이다 그 시절, 나에게는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지치고 힘이 들 때, 금오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지기도 하고 마음을 다스리기에그만한 마음의 쉼터가 없을 만큼 아주 애정하는 곳이었고, 내게 제법 잘 맞는 나의 힐링 장소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금오산을 오르는 것은, 제법 고급스러운 나의 취미였다는 것이, 지금은 사람으로 넘쳐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마음의 쉼과 내가 기억하는 그만한 아름다운 산이 없을 만큼, 마음 한켠에 크게 금오산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하늘만 보이는 아파트 숲 도심에 사람들로 가득찬 곳에 살고 있으니 너무 답답함을 느낀다 가끔 어딘가 무작정 걷고 싶을 때마다새록새록 "금오산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아련하게 저 멀리서 밀려오는 기억 속의 진한 그리움 같은 것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매일 일이 시작되기 전, 논술 학원은 오후에 시작되기 때문에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그날의 컨디션 상태만큼 높이를 정해두고 체력을 좀 더 단단하게 하려는 목표와 마음의 쉼과 풀리지 않던 생각의 끝을 붙잡고 찾아갔던 곳이다 생각이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땐 그곳에서 시원하게 비워내기도 하고 또 글을 쓰는 화두를 가지고 그곳에서 고민을 하고, 풀어내고, 다시 찾아내곤 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기억 속에 있는 생각이 정리가 되고, 다시 글이 되고, 시가 되어 문장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 산을 오르다가 매번 쉬어가는 자리에 앉으면, 생각이 잔잔하게 맑아지는 느낌과 알 수 없는 풍요로운 마음에 가득했다 자연이 주는 알 수 없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다시 채워지는 듯한, 신비함은 말로 설명이 되질 않는다 생각의 꼬리를 끝없이 따라가다 보면 뭔가 해결되는 편안함의 경험은 신비하기도 하고, 글쓰기의 화두를 가지고 사유에 사유를 덧입혀서 해결했다고민의 실마리를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은, 자연이 주는 계절 계절마다 전해지는 자연의 편안한 색채가 주는영롱하고 맑은 포근함 때문에가능했던 것이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정상에 오르기를 목표로 힘껏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숨이 턱턱 막힐 만큼 힘들게
정상에 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뒤 덮고,해냈다는 성취의 안도감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는 정신이 맑아지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아무 생각이 없을만큼 무아지경에 이르고 몸은 천근만근 힘들지만 정신은 맑고 초롱하고 개운함을느낀다 어느덧 현월봉(976m) 정상에 도착하면, (브런치에서 사용하는 필명이 현월안... 금오산이 달에 걸린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정상이 현월봉인데 거기서 현월을 가져온 것이고 뒤에는 성을 붙인 것, 그래서 필명을'현월안'이라고 쓰고 있다) 정상에 서면 생각이 초연해지고 하얗게 비워지듯, 대자연 위력 앞에 내려놓음, 비움, 무의미, 허무, 경쟁... 씁쓸하고 허탈한 현실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찢어지고 상처 난 마음이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정상에서 멀리 시선을 고정하고 산 아래를 보고 있노라면, 그 옛날 산업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가 한눈에 보이고,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산업공단이 보이고,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선산평야의 푸르름이 넘실거리면, 신선이 따로 없음을 느끼게 된다 금오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이 배산임수라서 금오산의 위엄이 더 대단한 것이다 아름다운 명산이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저 멀리 시선을 고정하고, 그 기분을 그대로 맡겨두고는, 나의 깊숙한 곳에 있는 나의 내면에 찢기고 상처 난 마음을 제대로 만나서 깨끗하게 정돈이 됨을 느끼곤 했다
무엇보다 금오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것은 군데군데 비장하게 돌바위가 버티고 있는 돌산이어서 정상부근에는 등산로가제법 가파르다 어느 산이든 가파른 고비 구간이 있듯이 금오산이 정상 근처에는 산세가 가파르다 비탈져서 모두가 헐떡이며산을 오르게 되고, 숨이 깔딱 넘어간다고 해서 "깔딱 고개"라고 이름 붙여진 것처럼 까마득하게 오르는 구간이 있다 군데군데 커다란 집채만 한 웅장한 돌이 나무들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면 그 모습이 그래서 더 산세가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등산인에게 평이 아주 만족일 만큼예쁜 산이다사계절 모두 해마다 새롭고 갈아입는 나무색깔이 예쁘고 웅장한 모습으로 뽐내고 있는 것이 정말 장관이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위력이 대단하다 해마다 새순이 보송보송 올라오는 아름다운 작은 풀 한 포기가, 왜 그곳에 외로이 피어있는지 알 수 없듯이, 그곳에 있기에 아름다운 것임을 그 곳에 있으면 그냥 느낄 뿐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대자연의 위엄은 말로 설명이 되질 않고 놀라울 만큼 매번 감탄할 뿐이다 자연이 주는 신비함을 궁금해하고 감사하다고 느끼며대자연의 많은 물음과 궁금증을 가지고 아름다운 금오산에서 다양하게 글쓰기의소재가 되어, 수없이 녹여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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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급스럽게 그리고 포근하게 애정을 담은,
널따란 마음속의 정원 같았던 곳, 십수 년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의 단련과 생각의 쉼을 얻었던 곳, 지금도 눈감고 입구에서 정상까지 길모 양과 작은 나무들까지 훤히 꿰고 있을 만큼 그곳의 속살을 모두 알고 있는 곳이다 당연할 만큼 금오산의 사계절이 아직 가슴속에 남아있는 걸 보면, 금오산은 정말 몇 안 되는, 아름다운 내 머릿속의 기억이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고, 그 산이 그 자리에 있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