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많은 재료들
부모님이 떠나고 비로소 깨달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이런 느낌이 성숙이라는 것일까
부모가 돌아가시고 더 점점
친근해지는 끌림은 뭘까
막연하게 느끼는 그리움?
그 알 수 없는 연결은
그곳에서 내가 출발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나에게 안 해준 것조차
은혜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힘까지도
내 삶이 아무리 업다운이 되더라도
모든 것을 이겨낼 힘을 가졌다는 것
좋은 것도 덜 좋은 것도
나의 배경이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끈끈이 이어져 온
것들이 내 인생의 질료로 쓰인다는 것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다시 생각하기 싫은 상처까지도
생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혜이고 도리로 깨닫는 것은
부모님이 떠나고 안 계실 때 비로소
알아지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은 일들이
필름 지나간다
삶에서 이만큼 버틸 수 있는 것은
부모님에게 내려받은 좋은 질량 때문인 것
그 질료는 생존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능성이니까
이제 그사랑을 만질 수 없고 느낄 수도 없다
꿈을 꾸듯
뒤를 돌아다보는 일 뿐이지만
부모에게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
내 인생 고급진 재료였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