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간들
글을 쓰려고 생각하는, 그 시간이 있어서 다행
20년 전에 썼던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희미하게 빛바랜 종이 위에
그때의 시간들이 흩날리면서
그 시간이 현재의 시간 위에 중첩된다
두 개의 시간은 서로 이어지고
조금씩 섞여 들고
또 조금씩 겉돌기도 하고 희석된다
생각 속에 있던 시간들을
붙잡아 고민했던 흔적들
그때의 사유가
지금의 생각과 마주한다
끝없는 생각이 이어지고
습관이 쌓여서 내속에 들어앉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빈터에 홀로 남아
세어보는 화석과 같은 시간들
시간 속에 있는 비명들
홀로 빠져나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던 저 겨울비
나는 그저 하얀 입김을 불며
멀고 차가운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때의 일기장에 적어놓은 글에서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아마도
생각을 붙잡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어서 안달하던 바로 그때
가능성의 태동이 아마 그 무렵이었음을
생각 속에는
늘 논쟁 벌어지기라도 하듯
조용한 내적인 번뇌들
생각의 충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사유할 수 있는 것은
내게 많은 것 중에서
가장 위안이 되는 습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