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십수 년을 살다가
서울로 이사오던 날
그해 겨울의 세찬 바람소리는
지금 무엇을 할까
아이들 키우면서 살갑게
지내던 인연을 싹둑 자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찌 떠날 수 있었을까
경부고속도로를 내 달리며
회상하던 기억은
떠나는 사람이 가지는 아픔이었다
익숙하게 길들여 놓은 장소들
무언가 배우며 만났던 공간들
마음과 마음이 닿았던 소중한 인연들
무엇보다 마음의 쉼을 주었던
금오산 자락을 어찌 두고 왔을까
떠나오던 날
어수선한 마음과 맞닿아
하염없이 펑펑 내리던 눈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처럼
날씨마저 내 맘 같았다
눈 맞으며 잘 가라고
손 흔들어주던 사람들의 기억은
쌓이고 녹고 흩어지고
또 내일처럼 낡아버렸다
가끔 커피 한잔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곳에서 재잘되던 순간들이 다가와
이따금 나를 찾아와 주곤 한다
귓속말로 들여주곤 한다
또 봄이라고
여러 꽃들이 연이어 피고 지는 것처럼
은은하게 물들이고
서로에게 스며든 그리운 사람들
내 기억에 쌓인
그대들의 내음 그때의 기억은
봄꽃이 다투어 필 때
불현듯 불어오는 향기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