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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Apr 30. 2024

그때의 기억

오래된 인연과의 순간들



구미에서 십수 년을 살다가

서울로 이사오던 날

그해 겨울의 세찬 바람소리는

지금 무엇을 할까

아이들 키우면서 살갑게 

지내던 인연을 싹둑 자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찌 떠날 수 있었을까

경부고속도로를 내 달리며

회상하던 기억은

떠나는 사람이 가지는 픔이었다


익숙하게 길들여 놓은 장소들

무언가 배우며 만났던 공간들

마음과 마음이 닿았던 소중한 인연들

무엇보다 마음의 쉼을 주었던

금오산 자락을 어찌 두고 왔을까


떠나오던 날 

어수선한 마음과 맞닿아

하염없이 펑펑 내리던 눈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처럼 

날씨마저 내 맘 같았다


눈 맞으며 잘 가라고

흔들어주던 사람들의 기억은

쌓이고 녹고 흩어지고

내일처럼 낡아버렸


가끔 커피 한잔과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그곳에서 재잘되던 순간들이 다가와

이따금 나를 찾아와 주곤 한다

귓속말로 들여주곤 한다

또 봄이라고


여러 꽃들이 연이어 피고 지는 것처럼

은은하게 물들이고

서로에게 스며든 그리운 사람들

내 기억에 쌓인

그대들의 내음 그때의 기억은

봄꽃이 다투어 필 때

불현듯 불어오는 향기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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