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이승의 끈을 놓으신지
2년이 지났는데도
고향집에는 구석구석
엄마의 그릇이 아직 남아 있다
애지중지 아끼던 놋그릇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허드레 그릇까지
끝도 없이 버리고 없애도
종갓집 종부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것처럼
고향집 곳곳에 엄마 향기가
아직 남아 있다
숱한 상처를 두른 불그죽죽한
그때는 고무다라이라고
이름 붙여진 묵직한 그릇
종갓집 대소사에서 많이
쓰임이 있던 큰 그릇이다
고무다라이가 수명을 다 했는데도
아직 거기에 있는 것은
고향집을 지키고 사는
남동생의 무던함과
남은 형제들이 한 번씩
고향집을 찾을 때
엄마의 향기를 기억하라는
동생의 깊은 배려였을 것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새것이 좋아도
고향집에 엄마 내음을
그대로 두는 것은
엄마 향기를 아직 지우기
싫어서 일 테고
헌것이 있기에 새것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길게 묻어있는 가치의 존재는
왠지 모를 진리가 숨어 있는 듯
진하게 풍기는
세월이 주는 향기 같은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어도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는 것처럼
이제는
눈에서 멀어지는 것들 투성이다
남은 향기는 점점 옅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