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오르며
포근하게 쉼을 주는 푸르른 녹음
가끔 남편과 북한산을 오른다
산을 찾는 루틴을 가지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는 것을
산을 오르게 되면 알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화두를 가지고 산을 오른다
초입부터 숲을 따라 나무를 따라서
고요하게 명령하는 기운에
내 기분을 맡겨둔다
버리라고 내려놓으라고
쉬어가라고 여유를 가지라고
숲에 들어가면 고요하게
알려주는
그 기분이 너무 좋다
작은 물병하나 간식 조금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야말로 수행인 것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무게도
산을 오르게 되면 알게 된다
나도 모르게 올라간 어깨를
슬쩍 내리고는
한걸음 한걸음
하늘에 닿을 듯한 턱턱 막히는
숨을 고르며 단순하게
산을 오를 뿐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점에 불과한 것처럼
포근하게 보듬어 주는 푸르른 녹음
새 기분을 얻은 듯하고
한참을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정상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땀으로 범벅이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 빛이 난다
잠시 여유 뒤에 다가 올
돌아가야 하는 길
오를 만큼 올랐으니
하산의 끝에 선 이들
비로소 뭔가를 알았다는 것일까
한껏 으쓱해진 어깨가
다시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