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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May 29. 2024

이사 가는 사람의 뒷모습

위층 젊은 부부가 이사를 가면서 케이크 선물




   우리 아파트 위층에 사는 젊은 부부가 이사 가는 날이다.

몇 달 전부터 이사를 간다고 말해주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이삿짐 옮기는 소리가 난다.

아이 짐이 많아서 그런지 이삿짐 싣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쯤 부가 마지막 인사를 한다며 우리 집을 찾아왔다.

"우리 아이가 쿵쿵 뛰고 불편하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 한다.

4년간 이웃을 잘 만나서 감사하다고, 그리고는 케이크를 건넨다. 

"어머나~고마워서 어쩌지~" 하면서 케이크를 받아 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부부는

"우리 아이 때문에 시끄럽지 않아요? 죄송해요~" 라며 

매번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클 때는 더 시끄러웠어요 괜찮아요~"라며 서로 웃으며 넘기곤 다.

날마다 커가는 아이가 시끄럽고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가 장난감 가지고 노는 소리, 아이가 우는 소리,

이웃에서 들리는 어린아이의 소리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류가 쭉 이어지는 예쁜 소리가 아닐까 다.

다행히 위층아이는 저녁이 되면

일찍 잠드는 것 같아서 늦게까지 뛰고 소리가 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우리 집 라이프 스타일은 식구들이 모두 야행성이라서

윗집 아이의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식구들이 예민하거나 소리에 민감하지 않아서 윗집 아이가 때론 쿵쿵거려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낮에 아이가 뛰더라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라인에는 아이라고는 유일하게 위층 아이뿐이었다. 요즘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귀해도 너무 귀한 시대라서 요즘은 아이 소리조차 귀하다.

아이의 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행운처럼 맑은 소리로 들렸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이웃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고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고

우리 가족은 괜찮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부부가 우리 아파트에 이사오던 날이 기억이 난다.

이사 왔다고 우리 라인 전체에 예쁜 손 편지를 써서

선물을 돌렸다.

여섯 개가 들어있는 사각 갑 티슈를 준비해서

"잘 부탁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던 기억이 난다.

예쁜 부인과 미소가 예쁜 남편의 모습에서 이미 선한 사람들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부부는 오다가다 마주치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말속에서 느껴지는 예의 바른 목소리와 밝은 기운이 참 좋았다.

대학 선후배로 만나서 길게 사귀었던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괜찮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도, 예쁘게 열심히 사는 것도, 밝게 웃음을 주는 것도 모두 예쁜 부부였다. 

아파트 내에 분리수거 내놓을 때 보면 사람들마다

뒷모습이 보인다. 재활용을 깔끔하게 씻어서

단정하게 뒤처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위층 남편은 대부분 그 집 분리수거를 담당했는데 쓰레기를 정리하고는 꼭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까지 정리하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작은 것에서 진심이 느껴졌윗집 사람들은 여러 모습이 참 예쁜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어디에서든 사람들 속에서 반듯하게 예의를 갖춘 행동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진심이 묻어서 거듭되면 그 사람의 본심이 그러한 것이다.

요즘 보기 드물게 성숙된 위층 부부의 모습이

오랜 시간 한결같이 보였다. 왠지 모를 그 향기가 눈에는 예쁘게 각인되어 있다.

어디에 가서 살아도 그 모습이라면 부부는 예쁜

모습일 것이다. 사람들 속에서 성숙된 사람을 만나면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걸까?

부부의 맑은 향기는 내게 한동안 머물 것 같다.

남편과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이사 간 젊은 부부 이야기를 한참 동안 맛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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