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하고 포근한
숲을 걷는 길은 평화롭다
매번 같은 그 길은
계절마다
나의 눈높이에 맞게
아름다운 풍경을 내어준다
보라빚 가을 수국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능선 아래로
노을빛 닮은 난풍잎이 팔랑거린다
어느새
가을의 빛, 긴 그림자가 생기고
단풍 지려고 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더 붉게 알록달록 하겠지?
온 천지가 불타오르면
그 벅찬 감동을 어찌 맞이할까
녹색 짙은 숲을 걷는 일은
발목으로 걷다가
허리로 걷다가
또 마음으로 걷는다
한참을 걷다가
발길이 머물다가 눈길이 닿으면
이유 없이 그 자리에 머문다
마주친 그것을 예쁘게 기억해 둔다
나에게 숲을 걷는 일은
글을 쓰는 일과 같다
걷다가 쉬어가는 곳
걷다가 마주치는 분들
걷다가 갈림길에서
길을 나누어준 분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들
살아 움직이는 작은 존재들...
숲을 걷는 일은
조용히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쉼이 있고
글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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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 숲 깊숙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