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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겁지 않도록

삶이 철학이고 인문학에 빠진 여인

by 현월안



생각이 많아서 늘 진지한 사람

세상 번뇌를 다 짊어진 것처럼

쉽게 웃지 않는 여인이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말속에

철학이 넘쳐흐른다

매사가 철학이다

삶이 뭐냐고 물으면

한없이 무겁게만 답을 하는 사람

그녀는 왜 그렇게 깊게 고뇌를 할까?


철학에 빠진 사람

그녀의 생각이 너무 무겁고 어둡다

너무 심각하게 세상을 상대한다

삶이 너무 비장하면

예민하고 불안하다

서걱하고 건조한 한계를 즐기는 사람

말과 논리로는 누구도 맞서지 못한다


이젠 철학이기보다

의식적으로 평온하고 온화해야 한다

사소한 것에 날이 서기보다

무던하게 넘길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완벽하려 애쓰기보다는

부드럽게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

기쁘지 않아도

때로는 크게 웃어야 한다.


습관은 정직하다

손으로 쓰면서 익힌 글씨,

넘어지면서 배운 자전거,

소리 내어 학습한 언어,

주름이 잔뜩 묻어있는 웃음,

땀을 흘리며 연습한 결과물,

몸의 습관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몸에서 굳어지고 쌓이기 전에

그녀의 여유로운 모습

감각이 느슨했으면 좋겠다

애써 쌓아 올린 지식이

몸에 밴 진중한 것들이

부드러우면 좋겠다

삶과 철학이

적당히 버무려진 모습이기를

그 어떤 무게에 짓눌려

철학으로 발현된 모습이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너무 생각이 무겁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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