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불덩이 앞에 우리는 작은 존재
며칠째 세상은 붉은 물결이다
강렬하게 위협을 하는 붉은 화마가
세상곳곳을
집어삼키고 있다
푸르른 산등성이에 붉은 길을 내어
세상을 삼킬 듯이 위협을 한다
검붉은 불덩이들이 세상 곳곳을
마구 집어삼킨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새까만 슬픔만 남았다
보통의 우리네 삶은
오늘을 살아내려고 작은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선다
새벽을 뚫고 하루를 시작한다
하늘 한번 쳐다볼 여유 없이
일상에 매진할 뿐이다
육신을 모두 쥐어짜 내고 나면
메마른 껍데기뿐인
우리네 인생인데...
보통의 삶에
어찌 이런 고통을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들판에 잎들은 왜 피어나는지
덩굴이 다시 어디로 뻗어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품은 흙은 알고 있으리라
땅속 깊이 맺힌 붉은 슬픔들
그 깊은 뜻을 어찌 알겠는가
벌어지는 일에 순응할 뿐이다
'어떻게~ 어떡하지~'
그저 숨죽여 나지막이 읊조린다
세상일은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그 일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