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반복 속에 삶은 이어진다
지하철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채 매일 도시를 가른다.
떠남과 머무름이 공존하는 곳
누군가는 멀어지면 누군가는 가까워지고
치열한 세상 속에 삶은 이어진다.
끝없이 반복되는 세상에
구름 떼처럼 쏟아져 들고 나는 사람들,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지하철은 질주한다.
새벽을 가르는 삶의 발걸음에서
질펀하게 풍기는 회색빛 채취들
일상의 무게가 가득한 곳,
지하철은 삶의 모든 이력을 아는
침묵의 목격자다.
거대한 도시 속에 나는 작은 존재다.
거대하게 돌아가는 생의 한가운데에서
쏜살같이 내달리는 빠름을 알게 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허락된 시간 안에 지하철이 움직이는 것은
그 무엇도 헛된 건 없다는 강한 질주다.
심신이 지친 누군가는
앉아서 눈을 붙일 수 있고
일상이 따분한 누군가에겐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 되어 주고
마음의 허기를 느끼는 누군가에겐
잠시나마 책과 폰 속에 시선을 빼앗긴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 속에
한풀 꺾인 작아진 모습들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듯
하염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시선은
너무 익숙해서 화들짝 놀란다.
저마다의 삶을 가득 실은
지하철 속에는
잠시 활기를 접어둔 쓸쓸함이 있다.
때로는 힘들고 고달픔이 짓눌러도
가장 어려운 순간에 생을 견디게 되는 건
나중에, 다음에...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그 속에서
웅크리고, 초췌하고 무표정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