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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색깔

삶의 총량은 같은 빛깔

by 현월안



사람들이 여럿 모이면

누군가를 슬그머니

도마에 올려놓는다


"그 여인은 세상을 모르고

어려움을 몰라"


그녀는 제법 여유 있고

어둡지 않고 밝은 사람이다

세상의 어려움을

모르고 사는 그녀를

모두 부러워한다


누군가 울고 있을 때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

아프게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너무 해맑은 거 아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웃음으로 대처하고

여유 있게 맑은 미소를 짓는

그녀가 다들 부러운 모양이다


삶이 너무 고돼서

누구는 청춘이 어느 쯤에서

모두 늙어버렸다는 이,

슬픔을 너무 오래 간직하고 있어서

그것이 주인인 줄 안다는 이,

아픔이 너무 깊어 두꺼운 이불속에서

가끔 긴 잠을 청한다는 이,

삶이 너무 무거워서

마음에 병을 얻었다는 이.....


다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누는 이야기들 속에도

보통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삶의 아픔과 슬픔이 없다면

글을 수 있겠냐고,

누군가

나지막이 읊조린다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대단한 작품을 쓰지 않아도 좋으니까

대책 없이 해맑았으면 좋겠다고...

삶이 맑아서

가끔 생각 없다는 소리를 듣더라고

그렇게 한번 살고 싶다고...


다양한 삶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색깔들


순수하게 가진 본성 그대로

덜 예민하고, 덜 슬퍼하고,

덜 아프기를 바라는

다들,

부질없는 괜한 넋두리인 것을


그녀가 아무리

해맑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눈이 반달이 되도록 웃을 수 있어도

거기에는 진한 삶의 색깔은 없을 테니까


사실,

삶의 색깔은 같은 빛깔이고

삶의 총량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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