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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곤두박이칠 때

예쁜 것이 예쁘게 보이지 않을 때

by 현월안



인간의 기분은 여러 갈래다

한없이 어두운 기분이 엄습해 오면

그 기분을 피해 갈 방법이 없다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검고 어두운 기분을 만나게 된다

살다 보면 전쟁 같은 폭풍이 찾아온다

온몸을 후려치듯

자지러지는 기분일 때,

커다란 방패를 가지고

폭풍과 맞서고 싶은 날이 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요동치는 기분들

서늘하고 다운된 기분은 많은 걸 잃게 한다

기분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온몸을 할퀴고 지나간다

그 많던 웃음도 하찮은 것임을

예쁜 봄볕이

골이 깊은 음지를 비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깊고 어두운 기분은

그늘에서

더 덧나기만 하고 빠르게 부패한다


기분을 애써 다잡지 않으면

고쳐먹지 않으면 소중한 것이 날아가버린다

아무리 예쁜 것이 곁에 있더라도

음습한 기분에 잡아 먹힌다

기분이 어두울 땐 좋은 걸 보고도

좋을 수 없다


봄은

바람이 길을 만들고

볕이 온기를 내어주고

봄엔 아름다운 것 천지다

속에서 요동치는 그것

봄기운에 슬며시 비추어 본다

때론 어두운 기분도

생각을 살짝 바꾸면

한낮 가벼운 공기 같은 것임을

그것이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

격한 감정이 날 망가뜨리지 않도록

마음 한쪽 통로를 살짝 열어 놓아야겠다

봄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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