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촬영

by 현월안




주인공 배우가 조용히 숨을 고르며
말보다 눈빛을 준비하고 있다
컷, 다시, 다시...

감독의 날카로운 외침,
짧은 한 장면에 몇 시간의 호흡이 녹아든다


집 근처 오목 공원에서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배우로,

누군가는 스텝으로,

누군가는 단지 지나가는 구경꾼으로,


인형처럼 생긴 배우가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다

기억인가, 감정인가,

자신도 모르는 타인의 조각인가

반짝이는 조명 아래,
하나의 감정을 반복해 꺼내고 있다


한 번 웃고,
한 번 무너지고,
다시 웃다가,
잠시 울고

얼마나 많은 고통이,
얼마나 많은 연습이
그 한 컷에 고요히 스며 있는지
TV 화면에 비친 아름다움은
거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무대의 빛이든
사무실 책상 위든
아이를 돌보는 손끝이든
각자의 역할 속에서,
끊임없이 삶은 '다시'를 외친다


그것이 인간이 가진 숙명일까,

주어진 직업의 이름 앞에서
매일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쉬운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진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이다


쉬운 일은 없다

쉬워 보이는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고통을 전제한다

한 컷의 아름다움은,

수십 번의 실패와 반복이다


인간은 참 대단하다

잘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도

자기 하루를 끝까지 살아내는 존재,


삶은,

반복된 수십 번의 '다시' 속에서

단 한 컷의 진실을 위해

끝없이 반복되는 '다시' 속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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