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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혼모노'를 읽고

거짓이 진실의 옷을 입고, 진실이 거짓의 얼굴로 웃는

by 현월안



진짜와 가짜의 경계 위에 서 본 적 있는가
발아래 흙인지 허공인지 분간되지 않는 자리,
거짓이 진실의 옷을 입고,

진실이 거짓의 얼굴로 웃는 자리


'혼모노'의 인물들 속에서
각각의 음모를 품었다
무당 문수의 떨리는 눈동자,
젊은 신애기의 분노,
길티 클럽의 팬들이 움켜쥔 ‘찐’이라는 이름표,
제프의 구(球)처럼 매끈하지만 서늘한 침묵,


도대체 진짜는 어디 있는가
내 안에 있는가, 타인 속에 있는가,
아니면 끝내 닿을 수 없는 무언가인가,


진짜와 가짜는 서로 다른 대륙이 아니라,
같은 바다에 흩뿌려진 파도다
한쪽은 흰 포말로 터져 나오고
다른 쪽은 검은 심연에 잠겨 있지만
결국은 같은 물살이다


문수는 오래된 믿음을 붙잡고 서성였고,
듀이는 낯선 땅에서 환영을 오해했고,
또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그 허상에 스스로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러다 문득,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일은
세상을 두 쪽 내는 오만일지도 모른다고
모두 반쯤 진짜이고, 반쯤 가짜이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만
제대로 숨을 쉬고 사랑할 수 있다


'혼모노'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여전히 모호한 경계 위를 걷는다
그것은 흔들림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삶은
완벽히 둥근 구(球)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다면체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

모두가 찾던 진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묻는다

너의 혼모노(진짜)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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