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조차도 거래가 되고 자존심마저도 협상의 도구
뉴욕의 빌딩 숲,
투자라는 이름의 전쟁터 위에
에밀리와 루크, 두 사람은
사내연애라는 사규를 숨기고
사랑이라는 비밀을 심어두었다
사랑은 회사 규정의 그늘 속에 숨었고,
승진의 자리는 권력의 칼날처럼
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루크가 먼저 꿈꾸던 자리에 앉은 이는
그의 연인이자 약혼자, 에밀리였다
찬란해야 할 순간은 축복이 아니라
질투와 모멸의 그림자를 불러왔다
사랑이 자존심과 맞부딪칠 때,
인간의 얼굴은 낯설게 일그러진다
도와주겠다는 그녀의 손길은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모욕이 되고,
함께 이루고자 했던 미래는
각자의 그림자 속에서 부서져간다
돈의 흐름은 피와도 같아,
잘못된 한 번의 선택은
수천만 달러의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두 연인의 관계를 더욱 갉아먹는다
결국 승자는 에밀리
그녀는 회사의 신뢰를 온몸에 받고
밤의 불빛 아래, 중역들과 어울려 웃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지독한 고독이 숨어 있다
반대로 루크는 무너졌다
권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고,
존엄을 저당 잡히고,
사랑마저 흉기로 바꾸어 버린 채
스스로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에밀리는 마지막 순간,
그의 사과조차 강제로 빼앗아낸 뒤
문을 닫았다
닫히는 문은 끝맺음이었다
사랑의 결말이고 동시에
권력의 세상에서 살아남은 의식이었다
영화는,
사랑은 권력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가,
자존심은 성공 앞에서 얼마나 무거운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서로를 증명하기 위해
끝내 서로를 파괴하는 존재임을,
피로 시작해 피로 끝나는
범죄의 스릴러,
욕망과 자존심, 권력과 사랑이
얽혀 있는 인간의 망상이다
'공정한 경기'라 불린 무대에서,
공정은 없었다
사랑조차 거래가 되고,
자존심조차 협상의 도구가 되고,
승리와 패배만 남는다
결국,
사랑과 성공, 그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무엇을 잃어야만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