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앙리' 작품 전시회를 다녀와서
걸음을 멈추고 한 송이 꽃을 바라본다
꽃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붉음은 피의 울림이고,
노랑은 햇살의 숨결이며,
푸름은 영원의 기억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너뜨렸으나,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폐허 위에도 꽃은 피어나야 했고,
그 꽃을 바라보는 눈 속에는
어린 시절의 창밖 풍경이 살아 있었다
꽃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작가의 내면에서 밀어 올린
순간의 빛, 생명의 증언이다
빛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지만,
사라짐조차 또 다른 아름다움이 된다
'나는 크로키를 하지 않는다'
'나의 눈이 메모를 한다'
그가 남긴 고백 속에서
삶은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빛의 흔적임을
그의 화폭은
베니스도, 파리도, 로마도 아니다
추억과 상상, 기억과 바람이 빚어낸
심상의 대지, 마음의 풍경이다
관람객은 그 길을 걷는다
빛의 결을 따라, 색의 떨림을 따라.
마치 꽃잎 속으로 들어가
향기와 영혼이 맞닿는 순간처럼
거기서 문득 멈춰 선다
꽃은 다시 안에서 피어난 꽃,
풍경은 내 안의 내면 풍경,
그의 색은 나의 울림이 된다
삶은 어쩌면 한 폭의 그림,
빛과 생명, 그 사이의 떨림이 아닐까
사라짐 속에서도 남는 것,
바로 미셸 앙리가 남긴
영원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