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라이더'를 보고

삶과 죽음 사이에서

by 현월안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고 믿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숫자와 성취가
삶의 전부라 여겼다


한순간 무너진 신뢰와 서류 더미 속에서
그의 인생은 흩날리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떠밀리듯 찾아간 호주,
그곳엔 가족의 미소 대신
다른 시간을 준비한 아내의 뒷모습이 있었다


재훈은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 채
유령처럼 거리를 떠돌며
자신의 존재를 되묻는다

결국, 그가 마주한 것은
살아 있다는 착각 속에 조용히 앉아 있던
자신의 시신이었다


그제야 깨닫는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흐름이며,
붙잡는 것은 언제나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혼령이 되어 만난 또 다른 길 잃은 영혼과
서로의 고독을 확인한 뒤
그는 비로소 떠나기로 한다


아들이 남긴 영상 속 푸른 바다,
태즈메이니아의 해안가에서
그는 끝내 말하지 못한 수많은 고백을
파도에 실어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도 앞에 선 그는 절망이 아니라 자유를 느낀다
자신의 껍데기를 버리고,

순수한 의식으로 바다와 하나

혼자라는 말속에 담긴 진실을 받아들인다


싱글라이더, 혼자의 길을 걷는 이
사람 사이에 있으면서도 늘 외로웠던 사람,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이제,
조용히 흘러가는 하나의 물결이 되었다


삶은

무대가 아니라 통로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음이다
그 길은 사람이 향하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