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란츠'를 보고

상실 이후에도 사랑은 가능한가

by 현월안


전쟁이 막을 내린 황폐한 땅,
독일의 묘지에는 총성의 메아리가 묻혀 있다
안나는 매일같이 프란츠의 무덤 앞에 앉아,
잿빛 하늘과 검은흙 속에서

잃어버린 미래를 어루만진다


그녀 곁에는 남겨진 부모의 침묵이 있고,
애도의 무게는 말보다 깊어,

서로의 숨결로만 위로를 나눈다
어느 날, 파리의 바람을 품은 한 낯선 남자,
프랑스인 아드리엥이 그곳에 발을 들인다


그는 음악을 품은 사람,
바이올린의 떨림 속에서 죽은 이를 다시 불러내는 이.
안나는 그 선율에 마음을 맡기며,
프란츠가 살았던 또 다른 얼굴
젊고 빛나던 파리의 시간을 비로소 알게 된다


흑백의 세계가 잠시 빛깔을 되찾을 때,
그녀의 마음에도 작은 불씨가 깃든다
죽음과 상실이 드리운 어둠 속에서도,
사람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끌리고,
상처 난 영혼은 또 다른 영혼에 기대고 싶어 한다


아드리엥은 침묵한다
그가 지닌 비밀은, 전쟁의 그림자처럼 무겁고 차갑다
그의 고백은,

사랑과 용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운명을
한순간에 비극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칼날이 된다


안나와 아드리엥,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려 하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총탄이 멎어도 마음의 전쟁은 끝나지 않음을,
서로의 눈빛이 말하고 있다


흑백의 화면은 고전의 비애를 닮고,
컬러의 찰나적 스침은

삶이 여전히 빛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닮았다
'프란츠'는 묻는다


사랑하는 이가 죽은 후, 또 다른 사랑은 가능한가,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사람은 어디에 서야 하는가,
용서는 죽음을 넘어 살아 있는 자의 몫이 될 수 있는가


안나의 고독과 아드리엥의 침묵은,
전쟁의 비극보다도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 앞에서,
흑백과 컬러 사이를 오가는

삶의 질문은 너무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