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이 존재할까

최민식 주연 '파묘'를 보고

by 현월안



산과 물이 빚어낸 곡선 속에
옛사람은 하늘의 뜻을 읽으려 했다
햇살이 머무는 양지, 바람이 감싸는 언덕,
물줄기가 감돌아 흐르는 그곳을
명당이라 불렀다


한 칸의 집을 지어도,
한 줌의 흙을 덮어도,
사람은 삶이 잘 이어지길 바랐다
살아서는 풍요를,
죽어서는 안식을,
명당은 모든 바람의 다른 이름이다


최민식 주연 영화 '파묘'를 보며

들었던 생각,

요즘에도 명당이 존재할까?


요즘 도시에는
산맥 대신 아파트 단지가 솟고
물길 대신 도로가 흐른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 곧 빛나는 자리,
도시의 불빛이 달빛을 대신한다


명당은 흙이 아니라
자본과 계획이

빚어내는 공간이 되었다


요즘에도 명당이 존재할까?
명당은

늘 사람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었다

선조는 산수 속에서 길함을 찾았고
지금은 편리 속에서 안식을 구한다
모양은 달라도 뜻은 같다


요즘은

도로와 빌딩 숲 속에서 살아간다

명당은 풍수지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고,

뜻이 모이고,

시간이 머무르는 곳.

사람이 모여 웃는 자리,

마음이 편히 놓이는 순간,

시간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

그 자리가 명당이 아닐까


명당은

‘사람이 밝게 살아내는 자리’에 있다

삶이 밝아지는 자리,
그곳이야말로

시대를 넘어선 명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