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 흔드는 발레리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숨결이 꺼지던 순간,
이브의 세상은 피처럼 붉게 갈라졌다
눈물은 곧 강철이 되고
발끝은 피로 물들어
돌고, 돌고, 다시 도는 회전 속에서
죽음을 향한 춤을 익혔다
루스카 로마의 규율은
칼날처럼 차갑게 그녀를 휘감았고
그 속에서 배운 것은 오직 하나,
약함을 단련하여 무기로 바꾸는 길
첫 임무,
한 생명을 지켜내는 순간
그녀의 발끝은 더 이상 연약한 춤이 아니었다
탄환과 주먹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는 균형,
그것이 그녀의 무대였다
그러나,
운명은 손목 위의 작은 X로 다시 불타올랐다
그 문양은 과거의 그림자,
아버지의 죽음을 불러낸 어둠의 흔적이었다
질문을 던져도
침묵으로 가려지는 진실,
그녀는 더 이상 누구의 제자가 아닌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건 내 선택이야'
그 한마디로 세상을 거슬러 선다
얼음 위에서 불꽃처럼 싸우고
불 속에서 물을 휘둘러 살아남는 그녀,
작은 체구로 수십의 그림자를 쓰러뜨리며
마지막으로 남은 춤을 완성한다
춤은 죽음이 아닌 해방,
규칙의 사슬을 끊는 발레,
피와 눈과 불꽃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독백이었다
이브,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딸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흔드는 발레리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