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수학자'를 읽고

화가의 손 끝에서 수학을

by 현월안



하얀 벽 위에 걸린 그림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우주가 남긴 오래된 방정식이었다


화가의 붓끝에서 흘러나온 원은
피타고라스가 꿈꾸던 조화의 울림이었고,
사과와 오렌지의 곡선 속에는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가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수학자는 눈으로 계산하고,
화가는 마음으로 증명한다
두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이나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는 황금비의 황홀한 곡선,
끝없이 달아나는 소실점,
소수의 불규칙한 리듬이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
유클리드의 정의를 화폭에 옮겨
마그리트는 미소 짓는다


'어쩌면 언젠가,
눈과 마음이 닿는 어딘가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숫자는 차갑고
그림은 따뜻하다고 여겼던지
둘이 포개질 때
새로운 질서를 얻는다


쇠라의 점묘 속에 숨어 있는 이진법,
몬드리안의 직선 속에 자리한 함수의 비율,
브뢰헬의 바벨탑 속에 깃든 삼각형의 비밀


미술관을 걷는 수학자의 발걸음은
공식이 아니라 은유를 밟는다
더 이상 칠판 앞의 학자가 아니고,
작가의 꿈을 해독하는 해석자이며
숫자에 갇힌 것을 풀어주는 시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
뉴턴의 컴퍼스를 든 신의 손길 앞에서
그는 깨닫는다
수학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상이 스스로 수학을 노래한 것이라고


미술관은
숫자와 빛이 서로를 비추는
거대한 교차점이 된다
그곳을 찾은 이에게 묻는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수학자는
화가였을까?
아니면 화가의 손끝에서
수학을 다시 태어나게 한
보이지 않는 계산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