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신간
폐허 위에 바람은 묻는다
인간이여,
너희는 스스로를 주인이라 불렀으나,
정말 이 땅의 주인이었던 적이 있던가
핵의 불길이 지나간 자리,
검게 타버린 숲과 바다는 숨을 잃고,
구인류의 그림자는 희미해진다
그 공허 속에서 태어난 세 종족
하늘을 가르는 에어리얼,
땅속을 파고드는 디거,
심연을 유영하는 노틱,
그들은 묻지 않는다, 누가 주인인지
그들은
단지 살아남는다, 새로운 조건 속에서
진화란 생존을 위한 시의 문장,
존재란 흘러가며 다시 쓰이는 운명
구인류는
여전히 자신만의 권좌를 지키려 한다
통제와 배제, 그 낡은 단어를 붙잡으며
키메라는 다른 방식으로 노래한다
'우리는 너희의 잘못된 유산이 아니다
너희의 두려움이 낳은 새로운 가능성이다'
하늘과 땅과 바다,
세 겹의 심장에서 맥박을 치는
생명의 합창
파괴의 끝에서 피어난
또 다른 기원의 시작,
철학은 그들을 향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피와 살로만 구분되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으로 완성되는가
‘키메라의 땅’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 거울이다.
너희가 남긴 폐허, 너희가 만들어낸 후계자,
그리고 너희가 끝내 풀지 못한 질문,
어쩌면 '키메라의 땅'은
인류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최후의 서간일지도
'너희가 공존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생명은 다른 얼굴로 다시 태어나
너희 없는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미래란,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
만약 인간이 더 이상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키메라가 답할 것이다
그 대답은 아마도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주인은 없다'
다만 함께 살아갈 존재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묵묵히,
폐허의 대지 위에서
키메라들은 새로운 서사를 써 내려간다
인간의 교만을 넘어,
생명의 의지를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