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by 현월안

자정이 한참 지났는데도 잠이 오질 않아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일 뿐

애써 잠을 자려해도 눈이 초롱해지고 정신이

더 맑아지고,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하다

금방 잠이 들기는 틀렸다 싶어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까맣게 내려앉은 고요함 속에

나를 담그고 거실에서 불도 켜지 않고 비스듬히

기대고 거슬러서 생각의 끝을 따라가 보았다

오늘의 일들과 마음이 쓰일만한 일이 있었는지

내 마음 밭을 둘러보았다 삶이라는 것이

일상이 연속이듯 그날이 그날 같은

평이한 나날들이고 별다를 것 없이

마음을 둘러보아도 특별한 일이 없는 요즘을

지낸 것 같다

그렇다고 오늘 낮에 낮잠을 잔 것도, 좀 여유를

부린 것도 아닌데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있다


"그럼 글을 써볼까 아니 책을 읽을까" 하고

작은 책상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필기구를 정리를 하고 몽당연필을

죄다 깎아놓고

연필을 가지런히 줄 세워두고는

멍하게 눈을 뜨고, 세모를 반복해서 그려대는

나만은 낙서와 시간만 지난

생각이 다잡아지질 않고 눈을 뜬 채로

"자야 하는데"라는 몇 마디만 생각 속에 맴돈다


나이가 더해가면 나의 낯선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수면의 질이 조금씩 바뀌고 조금은

느슨해지는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뭐든 조금씩 바뀌어 가고 나이 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라는 듯이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변화는 어떻게든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전에는 없었던 것들이 작은 변화를 거쳐서

이젠 몸으로 크게 느끼는 것을 보면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가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늦게까지 뜬눈으로

지속되는 것과 스스로의 뒤척임에 놀라서

중간에 한두 번 깨서는 쉽게 잠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잠의 질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나의 잠의 패턴을 보면 그래도

행운이었던 것은 한번 잠들면 깊숙이 잠이 들고

쭉 아침까지 거의 깨지 않고

대여섯 시간은 잠에 빠졌던 것을 보면

대체로 수면의 질은 아주 양호해서 늘

개운하게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인생을 붙들고 시간을 붙들고

힘껏 살아가듯, 손과 발이 분주하고 생각하는

공간이 늘 풀가동 시켜놓고 아주 바쁘게 모든

시간을 빠듯하게 쓰고 살아왔다

아마도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쳤으니 밤엔 단잠에 빠져들어 곯아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수면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매번 개운한

꿀잠을 잤던 것인데 이제는 그것 조차도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분명 "수면의 질"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어머니가 밤늦게까지 뒤척이다가

잠이 드시는 것을 보고 그땐 그냥 "잠이 없으신가

보다"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이 이제는

내게 불어온 비바람처럼 내 앞에 닥쳤다

아마도 어머니의 그때 모습쯤

되어가는 나의 자연스러운 섭리의 과정들이

정직하게 다가온 것뿐인데 크게

동요가 되다니

"나의 변화라고 호들갑 싶기도 하고"

그때에 어머니도 그렇게 뒤척이셨을 텐데

"어머니가 뜬눈으로 지새우던 그 고민은

어떤 고민이셨을까 아마도 자식 걱정 아니었을까"

나이 들어가는 것들의 변화에서

오는 서글픔과 내가 느끼는 것이기에 천지

어긋난 것처럼 크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연스러운 과정을 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새벽녘에 화장실 가느라고 깬 남편이 두리번

거리고 거실에 나와서


"아이고~ 이 사람 여기서

쪼그리고 자고 있네..."


큰소리로 내질렀다가 내가 깰까 봐 얼른 말끝을

거두어들이며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거린다

방안에 있던 이 불 한 겹을 살짝 덮어주고

몸에 닿아있던 책상을 여유 있게 한쪽에

밀어 두고, 스탠드 불을 정리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며 작은 소리로 느린 화면의

영화처럼 나직한 어투로 한마디 한다

"이렇게 늦게까지 글 쓰면 몸 상해..."


그 말을 들으니까 대단한 작가처럼 들려서

"피식" 웃음을 안으로 삼키고는

눈을 얼른 감고 자는 척하던 하던 나는 눈을

살포시 다시 떴다

이제 온몸에서 잠이 쏟아지는데 아침이

밝아 온다




삶을 살며 시간을 쓰며 내 안에 잘

길들여 온 것들이 어느 날 낯설게 다가올 때,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나이 든다는 것은

노화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되는 것이고 그 변화에

또 맞춰서 적응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조금은 과하게 반응했다면 진정된 마음으로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해내는 자연의 섭리를

둘러보며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은 어디론가

유유히 여행을 하듯,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하게

내어 논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변화하면서

편안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