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향기

생각을 나누는 소중한 사람

by 현월안

우편함에 반가운 소식,

너무 반가워서 얼른 뜯어보았더니 내가

좋아하는, 수필을 쓰고 시를

쓰는 정작가님이 보내준 신간

"평균대 위의 산책" 시집이었습니다

세상에 아직 공개되기 전에 보내준

따끈따끈 한 신간, 예쁘게 디자인된 겉장을

눈으로 스캔을 하고는 너무 반가워서

가슴 밑바닥에서 다가오는

진한 뜨거움이, "왈깍!" 나도 모르게

전해오더라고요

떨리는 마음을 잠시 차분하게 진정시키고

두근두근 설레는 맘을 살짝 누르고

하얀 겉표지를 한 장 한 장 넘겨 보았습니다

여유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시인의

시선과, 사물을 깊숙이 사고하고 여러 번

사유를 통과한 언어들이 그대로 담겼고

그리고 그 속에는 연륜에서 느껴지는

아름답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그대로

녹아 있었습니다


세상의 시계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쓰인 것처럼 시인이 잡아둔 그 수많은

고통의 시간과 마치 그림을 그리며 그 위에

수없이 덧칠을 하듯 사유에 사유를 덧 입혀

자물쇠가 딸깍 맞춰지는 것처럼 찾아야 하는

언어들을 붙잡고 엉켜진 시간들을 풀어내려고

밤하늘에 가득한 수많은 별들을 보며

별 하나를 손에 쥐고 늦은 잠을 청했을

것입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수 없는

순간순간을 담아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들이

모아진 응집된 연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뜨거움이 오래도록 가슴에 머물렀습니다

시인은 신간을 통해서 나에게 호되게 한마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글 쓰고 있지? 열심히 하고 있지!"


마음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 같은 뜨거움이 전해지고 따스한 시절인연

그때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시인과 인연은 오래전, 글을 쓰면서 좀 더

전문 과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쯤, 문예창작 과정을 공부하게

되면서 그 수업 과정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습니다

그 과정은 시, 수필, 국어문법을 가르치는

세분의 교수님이 각기 전문분야의 수업을

맡았고, 어느 한 분야도 놓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수업이었고 매번 과제물이

많아서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행복한

긴장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느끼는,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꿈틀대는 새로운 움직임의

자극이랄까 오랬만에 갖는 팽팽히 놓인

연결된 선에서 전해오는 잔잔한 파장들,

흩어지며 흩날리는 작은 조각을 잡으려는

생각의 꼬리들, 사유의 긴 통증과 거꾸

돌아 돌아서 다시 그곳의 시선으로 흥미를

힘껏 끌어냈던 늘 긴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나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나를 찾아가는 긴 시간을 거쳐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결핍을 글로

풀어내어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기쁨이었을 만큼 나의 내면과 진심으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수업과정에서 수필을 담당했던 분이

정교수님이었고 소중한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었습니다


시인의 멋스러움은 가수 패티김이

연상될 만큼, 옷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는

날이면 패션모델인 것처럼 개성 있는

아름다움에 많이도 놀랐었지요

그런데 수업이 진행되면서 더 놀랐던 것은

시인의 생각의 깊이가 너무 깊고 넓어서 퍼

올려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오랜 세월 문학에

길들여진, 넓게 사유하는 그 깊이와 여유 있는

생각 속에서 나오는 문학의 언어들이 몸에

배어 있어서 놀라웠고 세련된 어투와 부드럽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의 빛깔들이 분명히

보통과 아주 다름이었습니다

첫 시간부터 나의 가벼움을 들켜버린 것처럼

온통 생각을 빼앗겨 버렸고, 시인의 넓고

깊은 샘처럼 넉넉하게 아우르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고급스러운 향기"에 푹 빠져

그 따뜻한 온기에 행복했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생각이 좀 다른, 성숙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잘 길들여 온 학습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의 생각에서 나오는

고급스럽고 잘 정돈된 철학을 듣고 있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더 듣고 싶어지고, 오랜

세월 그가 쌓아 둔, 뭔가 차원이 다른 생각을

세상에 꺼내 놓기라도 하면 나도 모르게

"정말 괜찮은 사람! 좋은데..."

그의 생각을 더 듣고 싶어지고

나의 기억에 깊이 접수해 두고는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가까이에서 그의 말을 다소곳이

경청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로움이 주는 지식의 또 다른 매력 때문에

책은 읽는 이유겠지만, 책을 통해서

알아가는 재미와는 또 다른 사람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푹 익어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그 향기로움이 분명 구별되는 것이지요

나의 생각과 다른, 좀 더 공부하고 고민해서

나오는 지식은 동서양 성인들의 생각을

듣는 것처럼 말속에서 울려 퍼지고 자연스럽게

평온한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조용히 책장을

열 듯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고급스러운 사람의 향기 말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가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습니다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언어의 쓰임이 고급스럽게 풍기는

아름다운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