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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를 읽고

'로랑스 드빌레르' 철학서

by 현월안




삶은 묻는다
왜 고통이 나를 따라오는가,

내가 원하는 것이 나를 불행하게 하는가


철학은 대답한다
정답은 없지만,

진단과 소견처럼
영혼을 살피는 눈이 되어주겠다고,


니체는 고통 속에서도 춤을 추라 하고,
데카르트는 의심 속에서조차
너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속삭인다
몽테뉴는
후회는 아무 의미 없으니
순간에 몰두해 살아내라고,


삶은 단순히 흘러가는 강물이 아니다
끝없이 소란스럽고, 때로는
숨조차 고르기 힘든 폭풍우다
그 안에서 철학은
태도를 바꾸어 주는 작은 바람,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삶은 늘 예측 불가능하고,
사랑은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성공은 때로 가장 불행하게 만든다


고통 없는 삶은 없다

그러나 고통을 껴안는 순간,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온전히 살아 있게 된다


무상한 바람이 스쳐가는 곳,
그곳에서 철학은 한 줄기 등불처럼 말한다

삶은 선물이고,
고통은 그 선물에 붙은 리본이고,
오늘은 다시 태어나는 기회라고


철학은 치료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을 바꾼다
자동차의 공기역학처럼
길을 부드럽게 꺾어준다

삶에 지쳐 휘청일 때
나를 붙잡아 줄 단 하나의 철학을 품어라


그 철학이 있다면,
고통 없는 삶은 없어도
살아낼 힘은 충분하다


삶이 선물이라면

철학은 그 선물을 여는 열쇠

삶이 리본처럼 얽힌 고통이라면

철학은 그것을 풀어내는 손길


'철학의 쓸모'는
삶의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며
더 깊이 살아내게 하는 것


철학이 묻는다,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철학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살아내라'고


고통은 나를 무너뜨리기보다

더 깊어지게 만들 것,
그리고 삶의 고통에서,
내가 누구인지 깨달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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