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과 철학'을 읽고

플라톤에서 마르크스까지

by 현월안




마음이란 무엇인가
태초부터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
플라톤의 동굴 속 그림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명학 속에 깃든 영혼에서
그 물음은 늘 인간의 곁을 맴돌았다


몸과 마음은 하나인가, 둘인가

육체의 무게와 영혼을 비추어,
서로를 밝히며
때론 갈라지고, 때론 맞닿았다


데카르트는 이성의 탑 위에서
심신의 틈을 가르고자 했고,
스피노자는 그 둘을 하나의 실체라 했다
헤겔은 정신의 긴 행로에서
자유의 춤을 추었고,
마르크스는 철학을 삶으로 불러내
현실을 바꾸려 했다


철학은 하늘로 올라가 별을 헤아리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눈물 젖은 현실을 마주했다

마음은 단지 사유의 대상이 아닌
삶을 견디게 하는 힘,
세상을 다시 묻는 용기다


마음은 뇌로 연결된 통로인가,
신이 내려준 보이지 않는 숨결인가,
물질의 파동이 빚어낸 일시적 울림인가
오래된 질문 앞에서
철학자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부르고,

반박하고,
마침내,

한 편의 거대한 대화를 쌓아 올렸다


그 길 위에 한국의 철학자들이 서 있다
서양의 사유를 번역하고,

해설하고,

연구실에서, 강단에서, 강연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흩어져 온 조각을 모아
지식의 생태계를 일구는 역할을 한다


철학은 현실에서 태어나
하늘을 오르다가
다시 현실로 내려온다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철학은 비판이자 실천,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하려는
끊임없는 사유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시 묻는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 물음이 살아 있는 한,

철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