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와 가벼움을 채워줄 '필독서'
오십의 문턱에 서니,
길 위에 바람이 멈춘 듯 고요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발걸음,
속도의 흔적은 남아 있으나
그 끝이 어디였는지 문득 잊고 만다
공자는
'나는 나의 길을 하나로 꿰어 왔다(吾道一以貫之)'
흐르는 강물처럼 일관된 방향,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졌노라고,
오십은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내가 선택한 길은 참으로 내 것이던가'
논어는
오랜 세월을 건너온 지혜의 불빛,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심이 스며 있고
작은 대화 속 웃음과 눈물에 깃들어 있다
고전은 낡은 돌이 아니라
여전히 숨 쉬는 나무의 뿌리,
흔들리는 세월 속 붙드는 뿌리다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
공자의 말은 속삭임처럼 다가와
내일을 준비하지 못한 오늘을 비춘다
사람은 습관에 따라 멀어지고 가까워진다
내 지난날의 반복을 돌아보게 한다
어떤 것을 쌓아왔는가
내 표정과 관계들, 내 태도 속에 담긴 진심
무엇이 남아 있는가
오십의 길 위에서
속도를 내려놓고 방향을 묻는다
퇴직 이후의 낯선 풍경
부모의 그림자와 자식의 독립
지켜야 할 나와 떠나보내야 할 관계,
그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붙잡아 줄 중심이 필요하다
'오십에 읽는 논어'는 말한다
서두르지 말고 길을 정하라
기준을 세우고,
그 길을 묵묵히,
끝까지 걸어가라
삶은 마라톤이 아니다
속도의 기억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방향의 선택만이 내일의 나를 세운다
오늘 읽은 논어 한 문장이
십 년 후 내 표정을 바꾸고,
오늘 붙든 논어 한 문장이
내 관계를 따뜻하게 바꾼다
그래서 오십은 다시 시작이다
공자의 말처럼,
지금 비로소 천명을 묻고,
내가 원하는 길을 정한다
인생의 하프 타임,
공허와 가벼움을 채워줄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논어의 지혜는
길 위에 놓인 조용한 불빛이고,
흔들리는 나를 끝내 붙들어 줄
마지막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