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의 침묵
한 소녀가 있었다
꽃처럼 피어나야 할 열여덟,
그녀는 귀갓길에서
한순간 짐승의 어둠과 마주했다
숨 막히는 강제 성추행,
목숨이 꺼져가던 순간
오직 본능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의 혀를 깨물었다
세상은 그녀를 감싸지 않았다
법은 정의의 이름을 걸고
소녀의 손을 뒤로 꺾어
가해자라 불렀다
불구를 만들었다는 판결문은
그녀의 삶 위에 던져진 돌멩이,
억울한 이름표가 되어
61년 동안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다
세월은 흘렀다
억울한 한숨은 잿빛 주름 속에 스며들었고,
시간은 침묵의 또 다른 감옥이 되었다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법정의 문이 열리고
재판부는 선언했다
그녀는 죄인이 아니었다,
단지 목숨을 지키려 했던 한 인간이었다
진실은 끝내 꺾이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은 역사가 되었고,
그녀의 절규는 철학이 되었다
세상은 묻는다
정의는 왜 이토록 늦게 올까
국가는 왜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을까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방패였을까
이제 그녀의 이름은
더 이상 가해자가 아닌
'정당방위의 상징'의 되었다
그녀의 61년은 억울한 족쇄였고
정의의 늦은 증언으로 기억될 것
억눌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을,
정의는 늦게 오더라도
끝내 오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을
61년의 긴 어둠 끝,
한 소녀의 목소리가 오늘에서야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