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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Aug 30. 2023

파장

세상에 외로움 아닌 것은 어디에도 없다

강화 풍물시장에 갔다

늦은 시간이라

어느덧

해가 기울어 파장이다

정겹게 길바닥에 펼쳐놓은

푸른 채소들을 시골 노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반듯하고 예쁘게 생긴 물건은

좋은 사람 만나서 자리를 떠났겠지?

무엇이든 예쁜 것이 좋다

남아있는 물건들은 깎고 또 깎고

덤을 보태도 주인을 만나지 못한

물건들뿐이다

가지, 호박, 토마토, 옥수수, 박, 감자...

모두가 정겨운 이름이다

하루종일 장을 지켰물건들은

장바닥 온갖 먼지를 뒤집에 쓰고 있다

파장 끝에는 모두가 초라하고 남루하다 

흠집 투성이들만 남아 있다

혼자 남은 굴곡진 인생살이 여인처럼

쓸쓸하고 애달프기만 하다

끝물의 쓸쓸함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촌부는 떨어지기 전에 다시

보따리를 싸야 한다

기우는 해보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고단한 저녁 어스름

촌부의 요기

남은 채소들이

늦은 저녁 찬이겠지?


장터에 남은 앙상하게

야윈 촌부의 뒷모습과

주인을 찾지 못한

쓸쓸하게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있다


세상에 외로움 아닌 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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