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풍물시장에 갔다
늦은 시간이라서
어느덧
해가 기울어 파장이다
정겹게 길바닥에 펼쳐놓은
푸른 채소들을 시골 노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반듯하고 예쁘게 생긴 물건은
좋은 사람 만나서 자리를 떠났겠지?
무엇이든 예쁜 것이 좋다
남아있는 물건들은 깎고 또 깎고
덤을 보태도 주인을 만나지 못한
물건들뿐이다
가지, 호박, 토마토, 옥수수, 박, 감자...
모두가 정겨운 이름이다
하루종일 장을 지켰던 물건들은
장바닥 온갖 먼지를 뒤집에 쓰고 있다
파장 끝에는 모두가 초라하고 남루하다
흠집 투성이들만 남아 있다
혼자 남은 굴곡진 인생살이 여인처럼
쓸쓸하고 애달프기만 하다
끝물의 쓸쓸함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촌부는 해 떨어지기 전에 다시
보따리를 싸야 한다
기우는 해보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고단한 저녁 어스름
촌부의 요기는
남은 채소들이
늦은 저녁 찬이겠지?
장터에 남은 앙상하게
야윈 촌부의 뒷모습과
주인을 찾지 못한
쓸쓸하게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있다
세상에 외로움 아닌 것은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