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인 친구가 풍경이 들어있는
그림엽서 한 장을 보내왔다
손 편지를 받은 기억이 언제인지
낯선 반가움에 얼른 펼쳐본다
스위스 풍경이 아름다워서
느낌을 전해 주고 싶었다고
손바닥만 한 엽서에
깨알 글씨가 빼곡하다
생각이 많은 작가라서
작은 엽서 안에 생생한 그곳의
느낌이 펄펄 살아 움직인다
구름이 흘러가는 공원에서 쓴다는
그의 감정 그대로 전해진다
그녀의 생각은 꾹꾹 눌러서 다진
흔적의 상자에 포개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며 사는 삶
사유의 끝을 잡고 또 들춰보고
바닥 끝까지
생각의 바다에 자신을 밀어 넣어
조각조각 펼쳐내어 다시 살핀다
생각의 탄력이 어디까지 늘렸다가
다시 조이면 만족일까
작가의 정신이 거기 있는 거라고
그래야 글을 쓸 수 있다고
그녀는 보통의 얇은 감정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리에 관심이 없다
간혹 군중 속이 너무 탁하면
그녀와 그녀의 생각이 맞닿아
파동을 일으키면
세상을 향해 얘기한다
깊은 데서 길어 올려진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가볍지 않고 유연하게
마치 우리의 얕음을 정리하듯
촘촘하게 구분해서
부드럽고 달콤하게 풀어내면
모두 조용히 그녀의 시선에
다들 숨죽여 집중한다
많이 사유한 자의 시선이다
책에서 주는 궁금함과
그 어디에도 풀리지 않는
목마름이 생기면 그녀는 떠난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곳
낯선 곳 그 어느 곳에서 서성인다
오늘도 생각의 끝을 잡고
그녀는 북유럽 여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