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헤는 일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
어릴 적, 여름밤 평상 위에 누워 할머니 곁에서 별을 헤던 때가 있었다. 매미 소리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 그 위를 자유롭게 지나가던 별빛들. 길게 꼬리를 끌며 하늘 저편으로 쓱 사라지던 별똥별 하나, 그 뒤를 따라 눈을 깜빡거리다가 그대로 잠들던 어린 시절. 이름 모를 잔별들이 그 시절 내 눈동자를 길러 주었다. 세상의 첫 빛은 눈으로 알게 된다. 별빛은 나의 첫 가르침이었다.
어느 여름밤, 할머니에게 물었다.
"저 별까지 갈 수 있을까?"
할머니는 웃으시더니, 내 머리맡에 손을 얹어 다독이셨다. "별까지는 못 가도, 마음으로는 닿을 수 있단다" 그때는 몰랐다. 마음으로 닿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보셨다. 콩밭을 매시며, 길을 걸으시며, 노래를 흥얼거리셨다.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 가슴엔 수심도 많네~"
그 노랫가락이 좋아서 따라 부르곤 했지만, 그 안의 수심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왜 별이 수심이었을까. 왜 그토록 많은 별빛이 슬픔의 무늬로 흩어졌을까.
이제야 안다. 할머니의 별은 그리움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별은 눈에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 언제나 거기에 있지만 손끝이 미치지 않는 사랑이었다. 그리움이란 닿지 못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 시절, 별빛 아래서 할머니가 부르던 노래는 슬픔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기도였다. 눈물조차 보이지 않게, 타오르는 가슴의 불길을 조용히 품는 법을.
세월은 강처럼 흘러, 별 헤던 그 여름밤들이 어느새 수십 번의 계절을 건너왔다. 할머니는 하늘의 별이 되셨고, 나는 여전히 그 별을 헤며 살아간다. 그러나 요즘의 하늘은 너무 멀다. 별빛 대신 스마트폰의 푸른 불빛이 나의 밤을 채운다. 별을 보던 눈이 화면 속 숫자와 문자에 갇혀 버렸다. 그렇게 별 헤는 일을 잃었다. 마음의 땅을 잃고, 사색의 시간을 잃고, 느리게 숨 쉬던 나의 호흡마저 잃었다.
문득 생각한다. 별을 헤는 일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별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었음을. 그 별들은 내 언어였고, 내 철학이었으며, 내 영혼의 조각들이었다. 별을 세는 일은 세상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더듬는 손끝의 기억이었다.
이제 다시 별을 헤고자 한다. 별을 본다는 건, 세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내 안의 고요를 마주하는 일이다. 그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다정하다.
할머니가 계시던 땅 위에서 이제 혼자 달을 안고 산다. 둥근 달빛이 내 방을 스며들 때면, 할머니의 노래가 다시 귓가에 흐른다. 그때의 하늘, 그때의 별, 그때의 나. 모든 것은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내 안의 불씨로 남아,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이제 나는 안다. 별은 단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별은 그리움 속에 있고, 사랑 속에 있고, 오래된 기억의 눈빛 속에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여전히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그리움이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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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빛이 어릴 적보다 희미해졌지만, 마음의 별은 여전히 선명하다.
별 하나, 나 하나. 오늘도 마음의 땅 위에서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간다. 별빛이 내 어둠을 길러 주던 그날처럼, 다시 나를 키워간다. 별을 헤며, 나를 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