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베르그송' 육체와 정신의 관계
한 인간의 사유는
언제부터 육체의 그림자를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만들기 시작하는 걸까
살아온 날들의 먼지가
어디쯤에서 빛으로 변해
나를 향해 되돌아오는 걸까
물질은 이미지이고,
정신은 기억이다
그 말은 마치
내 몸을 스치는 바람조차
이미 오래전 어떤 순간이라는 듯
아득한 어딘가에서 떠밀려 온 파동처럼 들린다
나는 오늘의 나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걷는 몸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의 강이 흘러
과거의 날들이 물결처럼 포개져 있다
육체는 한순간에 응답하지만
기억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움직인다
지각은 단순한 감각이기보다
살아내기 위해 선택하는 하나의 길
내 눈앞의 세상은
이미지들의 거대한 군락처럼 펼쳐지고,
그 속에서 내 몸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듬어 찾는 작은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을 비추는 것은
뇌 속에 고여 있는 흔적이 아닌
지속 속에서 살아 있는 과거,
지워지지 않는 시간의 따뜻한 체온이다
나는 가끔 묻는다
나는 누구이며
나를 어떻게 형성하고
나의 미래를 어떤 결로 만들어 갈 것인가
그 물음은 멀리 있지 않다
내 안의 기억이 깨어날 때
이미 대답은 시작된다
습관처럼 몸에 새겨진 기억이
내 걸음을 단단하게 하고,
이미지처럼 남아 있는 순수 기억이
때로는 나를 멈추게 하고
더 멀리 바라보게 한다
과거 전체가
지금 이 순간의 나와 공존한다는 말이
이토록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내가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은 여전히 나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어서일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서로 다른 세상이 아닌
느리게 스며드는 두 개의 흐름이라면,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미래를 향해 몸을 움직이고
과거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는
하나의 연결이 된다
지속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존재의 떨림이다
직관은
살아 있는 세상과 맞닿는
깊은 숨결이다
오늘도
몸으로 응답하고,
기억으로 생각하며,
이미지로 세상을 품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나의 삶은
이원론의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물질과 정신이 서로를 비추고
하나의 빛을 이루는
고요한 생성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그러하다
나는 과거를 살고,
과거는 나를 움직이고,
그 모든 시간의 떨림이
나의 내일을 조용히 열어젖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