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106세 철학자가 길어 올린 최후의 인간학
아득한 한 세기의 시간 위에
한 사람이 조용히 자신의 삶을 올려놓았다
이름보다 오래 남은 것은 그의 사유였고,
나이보다 깊어진 것은 그의 사랑이었다
106년을 살아온 한 철학자는
인간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를 묻는 대신
끝내 완성되지 못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완성에 다다르지 못했기에
서로를 바라보고,
손을 내밀고,
때로는 넘어져 다시 일어날 힘을 배운다고,
사랑과 양심, 자유와 감사는
과거의 미덕이 아니라
미래를 밝혀줄 마지막 빛이다
그 말은
오랜 세월의 슬픔과 기쁨을 통과한 사람만이
조용히 꺼내 놓을 수 있는 고백이다
혼란의 시대,
사람보다 효율이 앞세워지고
정의보다 소리 큰 여론이 이기는 시간 속에서
다시금 인간다움을 이야기한다
산다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일이며,
더 가지려는 손을 잠시 거두고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라고,
그는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닌
삶을 완성시키는 마침표로 본다
고독은 피해야 할 그림자라기보다
사유가 숨 쉬는 가장 깊은 방으로 안내한다
그 방에서 자신을 넘어
역사와 사회, 또 시대의 상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인간을 가장 크게 지탱하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백 년의 대화 속에서
미래를 향한 부드러운 격려를 듣는다
더 많이 가지는 삶이 아니라,
더 깊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젊은 날의 조급함을 덜어내고
노년의 지혜를 한 줌 품게 하는
작은 온기처럼 가슴에 남는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경계하는 시대,
작가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말한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상처를 감수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믿어야 한다고
믿음이 없으면 사랑도 자라지 않고,
사랑이 없으면
인간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린다고,
백 년의 시간을 건너온 그의 목소리는
거칠지도 않고, 단호하지 않고,
그저 따뜻하다.
마지막까지 인간을 사랑한 사람의
조용한 미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말들은 철학이면서 기도이고,
가르침이면서 위로이고,
한 세기가 다음 세기에게 건네는
부드러운 유산이다
어렴풋이 알게 된다
인간다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 것
누군가를 끝까지 믿어주는 것,
그리고
감사할 이유를 한 번 더 찾아보는 마음이다
그렇게 김형석 옹은
백 년의 시간을 건너
모두의 손 위에
살아 있는 사랑의 철학을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