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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연찬하다'를 읽고

'이남곡' 전환과 통합을 위한 지혜

by 현월안



아직 서로의 얼굴조차 낯선 이들이
하나의 책을 가운데 내려놓고
조용히 숨을 고르는 장면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지금 다시 공자인가'
그러면 또 누군가는,
오늘의 균열을 떠올리며
부서진 관계의 자리에서
작게 대답한다.
'사람을 다시 배우기 위해서'


논어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삶의 틈 속에서
미래의 윤리가 조금씩 돋아나는
보이지 않는 씨앗이다
배움은 설명이 아니라
함께 묻는 숨결이고,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눈빛으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이 말하면
다른 사람이 듣고,
그 듣는 동안 다시 자신의 마음이
조금 벗겨지고 다듬어진다
느린 조각 작업을
'연찬'이라 이름 붙였다
앎이 자라기보다
사람이 자라는 공부,


단순한 생각을 버리고
관계를 새로 쓰는 공부

성리학의 먼지 아래 묻혀 있던
공자의 진심이
그렇게 다시 모두의 앞에 걸어 나온다
도덕의 표정이 아닌
관계의 따뜻한 연민으로,
훈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보려는 마음으로,


지금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날카로운 분별이 아니라
혁명처럼 뒤집히는 태도이고,
미움과 멸시의 반복이 아니라
협력이 새로 태어나는 자리라고,


세상을 바꾸려는 거센 외침 속에서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진실과 마주했고,
거대한 탐욕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직접 비춰보는
조용한 공부로 돌아왔다
그 전환의 시간이
공자의 가르침과 닮아 있음을
고요하게 깨닫는다


그래서 이 책은
논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논어와 더불어
자신을 다시 배우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설득하고
사람이 사람을 통해
자신을 새로 세우는 윤리,
그 오래된 지혜가
지금 시대의 균열을 건너는
가늘고 따뜻한 연결이 된다


중도에 머문다는 것은
어정쩡한 타협이 아니고
양극단을 정면으로 두드려 보는
담대한 균형의 기술임을,
가운데가 사라진 시대에는
가운데를 다시 세우는 철학이
새로운 리더십임을,
그것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요즘 거칠어지는 말들 사이에서
점점 서로를 잃어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내 삶의 논어를 다시 써야 한다


'논어를 연찬하다'는

지금 시대가 지켜야 할
새로운 인간학의 문을 여는 열쇠다
이 문을 여는 순간,
비로소 묻게 된다


'나는 어떻게 다시 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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