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이 저문다는 소식은

한 시대를 풍미하던 아름다운 김지미

by 현월안



김지미, 한 생이 저문다
한 소녀가 여고 때 캐스팅되어
영화라는 거대한 운명을 만나고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의 섭리 앞에
정면으로 서 있다


데뷔와 동시에 시대의 얼굴이 되었고
세상을 뒤흔드는 아름다움으로
전통의 벽을 격렬하게 흔들던 사람,
누군가는 동양의 최고 미인이라 불렀고
또 팜므파탈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녀는 모든 언어보다 먼저
외길 의지로 살아냈다


사랑에 몸을 던졌고
상처를 겪었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녀가 말하던

'아내가 필요한 사람인데 남편을 얻었다'는

진한 삶을 사라 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투명한 진실,


평생 900여 편 영화를 찍으며
한 시대의 풍미했고
잃지 않는 존재감으로
늘 최고라는 모양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리고 배우를 넘어
제작자, 영화인, 사업가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으로 밀어 올렸다


이제 그녀는 먼 곳으로 떠났다
그녀 삶의 잔상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이 땅에 머물 것이다
최고의 발자국을 남기고
카메라 앞에서, 세상 앞에서
한 치도 주저하지 않던 그 시선,
그것이 김지미시대였다


모두 잠시 빛나는 존재일 뿐,
이곳에 오래 머물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길에 빛으로 남는다


그녀는 이 세상 여성들에게
'너도 너의 삶을 살아도 된다'는
묵직한 문장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


그러니 슬픔만으로 읽히지 않기를
한 번 왔다 가는 인생이지만
그녀는 그 한 번을
그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하게 사용했다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밀도와 용기다
그리고 그 빛이 남긴 여운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마침내 쉼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지미라는 이름은
여전히 스크린 어딘가에서
고요하게, 더 반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