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사자성어, '변동불거'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한다

by 현월안



세상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저마다의 이유와 무게를 안은 채
흘러가고,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변동불거(變動不居)의 해라 불릴 만큼
모두의 하루는 요동쳤고
내일은 미지의 파도로 밀려왔다


변화의 속도보다 더 빨리 흔들린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다
가벼운 희망도 깊은 슬픔도
바람결처럼 스쳐가다가도
어느 밤엔 문득 가슴 안에서
별빛처럼 오래 머물렀다


천명미상(天命靡常),
하늘의 뜻도 일정치 않다 했으니
어쩌면 붙잡아야 할 것은
흐름의 방향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서로를 잃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세상이 흔들릴 때
가장 단단한 것은 사람의 온기니까


우르르 몰려가는

추지약무(趨之若鶩)의 하루들 속에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성취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 것은
함께 웃어준 얼굴,
서툰 위로라도 흔들림 없이 건네던 따뜻한 말,
깊은 밤 창가에 기대앉은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준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랑이었다


별동처럼 스치고 지나간 날들이지만
그 속에 불거(不居)하는, 떠나지 않는 마음 하나
어쩌면 그것이 살아내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향해 손을 내밀면
흐르던 시간도 한순간 고요해지고
세상은 다시 온기를 얻는다


을사년의 마지막 달빛 아래서
다시 소망한다
흘러가는 것이 운명이라면
그 흐름 속에서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를,


동불거,
세상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흘러가지만
그 흐름의 끝자락에서
희망이 남아 있고
사랑이 다시 서로를 가만히 감싸 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