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요란하지 않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by 현월안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뷔페에 갔다. 문을 여는 순간, 실내에 가득 찬 사람들의 온기와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하루를 앞둔 성탄의 저녁은 유난히 가족들로 붐볐다. 누군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또 나이 든 부모님과 온 사람들, 익숙한 웃음이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앨범 속 장면처럼 정겹고 평화로웠다. 세상은 늘 빠르게 변하지만, 가족이 모이는 표정만큼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도 예약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매번 뷔페에서 드는 묘한 행복이 있다. 뷔페라는 공간이 주는 풍요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은 행복한 상상 말이다. 잠시 나 혼자만의 느끼는 그 느낌도 괜찮다. 아들은 이것은 꼭 드시라며 접시를 내밀고, 딸은 엄마 아빠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조심스럽게 골라 건넸다. 말보다 눈빛이 먼저 움직였다. '많이 드세요' 그 한마디가 눈빛으로 전해질 때, 세상은 부드러워지고 따스하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하루를 살고, 각자의 책임을 견디며 올 한 해 잘 지나왔다. 그 모든 시간이 한 테이블 위에 조용히 모여 앉았다.



행복은 대개 요란하지 않다. 조용히 쌓이고, 나중에야 그 무게를 알게 된다. 음식이 오가고 웃음이 번지는 동안,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잘된 날도 있었고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로가 무탈하게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가장 큰 기쁨이다. 가족은 삶의 이유이고 회복의 통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 온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모습들이 눈앞에 보인다. 그 자체로 충분히 감사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름진 음식 뒤에 마시는 커피는 늘 맛의 균형을 되찾아준다. 창가에 앉아 겨울 거리를 바라보았다. 트리 모양의 작은 쿠키가 커피 옆에 놓였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커피숍에서 주는 서비스라고 한다. 크리스마스라고 다들 넉넉한 마음이다, 백화점 앞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누군가의 손길이 누군가의 내일을 밝히는 소리 같았다. 대형 트리의 불빛은 겨울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을 바라보며 문득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늘 더 많은 것을 이루려 애쓰지만, 돌아보면 오래 남는 것은 가족과 함께 견딘 순간들이다. 가족과 나눈 이야기와 말없이 전해진 배려들. 삶은 큰 이룸보다 작은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야기 속에 그 사소한 반복이 가족을 지지하는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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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은 아무 일 없는 날 평이 한 날 더 분명해진다. 올 한 해를 함께 견뎌왔다는 사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의 시간은 그렇게 오늘도 나를 비춘다. 그리고 안다. 이 평이한 날들이 또 우리 가족의 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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