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모인 사람들의 기도는 간절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겨울 공기는 차갑고 투명했으며,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성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오늘 하루의 시작은 살짝 긴장되고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성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성당에 모인 사람들 모두 조용히 숙연하게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고, 누군가는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저마다의 삶을 가지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바쁘게 살아온 흔적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낮춘 얼굴들이었다. 기도는 언제나 그렇게 사람을 조용히 낮아지게 만든다. 목소리를 낮추고 마음을 낮추고,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다.
신부님의 강론은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였다. 서로 화합하고 나누고 사랑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였다. 이미 수없이 들어왔고 이미 아는 말들. 그런데도 그 말들이 마음에 걸렸다.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어렵게 실천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기도하며 조심히 임해야 하는 일들이다. 인간관계 하나만 보아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이해해야 할 책임 사이에서 늘 어정쩡한 자리에 서 있다. 흔히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함께 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쉽게 대하기도 한다. 일상의 대부분은 잘 풀리지 않는 문제들로 가득 차 있고, 그 하나하나가 기도 제목이다.
성당에 앉아 고개를 숙인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기도는 어쩌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를 인정하는 고백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때, 그 낮아짐이 기도의 시작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그런 낮아짐의 날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온 아기예수의 날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곳이 아닌 마구간에서, 가장 연약한 모습으로 태어난 생명은 모두에게 묻는다. 세상은 여전히 강해지라고 말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다르게 말한다. 사랑은 낮아지는 것이며 나눌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나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누군가를 떠올리는 기도가 된다. 아픈 사람과 외로운 이웃, 관계 속에서 지친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도다. 나는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이해하려 애썼는가, 얼마나 상대의 자리에 서 보았는가를 묻게 된다.
성당을 나설 즈음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마음이 오히려 따스하게 전해진다. 오늘 하루보다 더 앞으로의 삶이 조금 더 따스해질 것만 같은 충만한 기분이 든다. 크리스마스는 내게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여전히 이루어 가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도 서투른 관계도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처럼 차분하게 가끔은 멈춰 서서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 혼자서 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랑 앞에서 나를 낮출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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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크리스마스가 내게 주는 깊은 가르침이다. 사랑은 위하여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언제나 낮아진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