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크리스마스 날 만큼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거리 위로
색색의 불빛이 천천히 숨을 고를 때
빛보다 마음은 먼저 반응한다
어디선가 흘러나온 캐럴 한 소절이
기억의 스위치를 눌러
설명 없이도 알던 쪽으로
나를 데려간다
기쁨이었거나, 그리움이었거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약속의 체온이
마음 안에서 데워진다
크리스마스는
오래 저장해 둔 감정을 꺼내는 기억이다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이름들,
차마 끝내지 못한 안부,
말하지 않아 더 선명해진 마음이
하나둘씩 되살아 난다
기적은 요란하지 않다
문득 흔들리는 일상의 균형 속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던 곁의 무게가
몸으로 전해질 때,
멀다고 믿었던 이웃의 숨결이
문턱을 지나 내 하루에 스며들 때
생각은 잠시 느슨해지고
마음은 뜻밖의 모양으로 일렁인다
그제야 안다
살아간다는 일은
혼자 버티는 일이고
또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는 연습임을,
모두가 기억저편 오랜 시간
행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크리스마스,
함께 안으려는 따뜻한 마음이
삶을 견디는 철학이 된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날 만큼은
미안해하는 마음, 다시 부르는 이름,
늦었지만 건네는 안부 한 줄이
겨울의 중심을 녹인다
사람은 함께 데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일러준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럴이 좋은 이유는
즐거웠던 기억만을 소환하고
그 기억들이 다시
사람의 온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해하려는 한 걸음,
함께하는 손짓 하나가
더 나은 세상으로 연결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따뜻한 빛 하나를 품게 되는
크리스마스가 주는 특별한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