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놓은 건 아닐까

임재범이라는 이름은 한 시대의 숨결이다

by 현월안



무대 위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조용히 어둠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환호는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고
노래는 그대로 살아서
사람들의 가슴에 머무는데
그는 이제 내려놓겠다고 말한다


임재범이라는 이름은
한 시대의 숨결이다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로
사람의 생을 끌어안아주는 목소리
아픔을 숨기지 않고
상처를 끌어안은 채
있는 그대로 불러냈던 사람,


그의 노래에는
따스한 온기가 있었고
고통을 통과한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사랑은 언제나 쉽지 않았고
이별은 아프고 깊었으며
삶은 비상과 고해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함께 버텼다
잘 살고 있다는 말 대신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를
그의 목소리에서 확인했다


은퇴라는 말은
끝을 말하지만
그에게는 어쩌면
쉼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듣는 이의 마음은
아쉬움이 먼저 다가온다
아직 더 들어야 할 노래가
더 견뎌도 될 삶의 무게가
그의 목소리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일찍 노래를 놓은 건 아닐까
아직 세상은
그의 진한 숨을 필요로 하는데
아직 밤은 깊고
함께 걸어야 하는데
그의 노래는 여전히
사람의 등을 곧게 세우는 힘이 있는데,


하지만 떠나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런데 청중은 안다
그가 남긴 것은
유행도 기록도 아닌
삶을 노래에 담았다는 것을,


대중에게 비치는 것은 끝나도
그의 삶의 노래는 그대로 남는다
어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불러냈던 유일한 사람

그는 대중 안에서
영원히 머물 것이다


무대를 떠나도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노래는
지금도 누군가의 하루를
끝까지 견디게 하고 있으므로,
그의 노래 철학은
여전히 누군가의 심장 가까이에서
조용히, 그리고 깊게
숨 쉬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