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도 푸석해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
세월이 가도
푸석해지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 물음 하나가
오늘 유난히 길게
내 안에 남는다
수십 년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웃음의 온기는 그대로인데
눈가와 이마에 남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무늬가
삶의 두께를 말해 준다
나이 들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는
주름의 시간들
생각이 머문 자리,
참아낸 날들의 압축
그건 단단해진 마음의 무늬일 테니,
오늘 겨울 하늘은
계절을 속인 듯
유난히 푸르고 맑다
찬 바람은 매섭지만
그 투명함만큼은
한 점 흐림이 없다
어쩌면
저 하늘은
주름진 이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쉽게 흐려지지 않기 위해
더 깊어지고
더 멀리 견뎌온 마음,
강물은 멈추지 않고
굽이치며 흐른다
돌에 부딪히고
파도를 끌어안으며
스스로를 닳게 하면서도
끝내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이 그러했을 것이다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야 했던 날들
말 대신 침묵을 선택했던 순간들
그래서
마음에 생긴 흔적의 틈,
문득 알게 된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젊음을 내어주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일임을,
주름진 얼굴 너머에
여전히 푸른 마음을 지닌 사람들
그 익음이
겨울바람처럼
시리고도 맑아
가슴 깊숙이 닿는다
세월은
모든 것을 낡게 하지만
어떤 마음은
시간을 견디며
더 푸르게 남는다
오늘
그 푸르름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