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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May 31. 2016

지하철, 카카오 드라이버, 2부 11장

D + 12

하루 생각


올해 들어 부쩍 지하철을 많이 탄다. 작년까지 내가 선택하는 대중교통은 언제나 버스였다. 2순위는 걷기, 3순위가 지하철이었는데 3년 전부터 지하철이 2순위로 올라오더니 올해 드디어 1순위로 등극한 것이다. 버스에 대한 애정이 변한 것도 아니고, 지하철이 좋아지거나 서비스가 나아져서 생긴 변화도 아니다. 여전히 5호선은 발 디딜 공간만을 내게 허락해주고, 나쁜 공기는 오직 나의 폐를 통해서만 정화시키게 만든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왜 나는 버스에서 지하철로 옮겨간 것일까. 


집과 학교를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은 6년째 변하지 않고 있다. 버스 노선이나 버스가 지나는 길, 지하철 노선과 지하철의 속도는 마치 해당 구간만 박제한 듯 어제와 똑같다. 버스로는 1시간, 출퇴근 시간에는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지하철은 언제나 40분간 나를 삼킨 후 뱉어낸다. 이처럼 버스를 타면 지하철에 비해 보통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럼에도 나는 버스를 이용했었다.


버스는 내게 앉을자리와, 바깥 풍경을 선물한다. 지하철은 줄 수 없는 것들이다. 지하철은 항상 앉아있기 무섭게 자리를 비켜드려야 했다. 간혹 머리는 하얗지만 외모가 그에 맞지 않게 젊으신 분, 혹은 그 반대이신 분이 내 앞에 서시면 자리를 비켜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그런 고민을 하기 싫어서 혼자 갈 때는 자리가 나도 앉지 않았다. 앉고난 후 2 정거장 이내에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머피는 법칙이니까. 지하철 창문 너머로 보이는 터널의 갈라진 벽들도 보기 싫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나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다. 버스는 여전히 내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이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을 뿐.


왜 나는 좋아하는 친구를 버리고, 나쁘진 않지만 같이 있기 불편한 친구와 어울리는 것일까. 결국 이 친구가 나한테 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예전과 달리 물가가 오른 '시간'이라는 화폐를. 결국 이런 변화는 시간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달라져서 생긴 일이다. 한가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한가하게 '보이기' 싫어진 것이다. 


쓰고 나니 이유가 좀스럽다. 다시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바람은 우선 '바빠서 버스를 못 타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바쁘더라도 버스를 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의 변화로 바뀌게 된 것은 단지 대중교통뿐일까. 다른 삶의 영역에서 바뀐 점이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하루 IT

카카오드라이버 출시, 대리운전 지각 변동 전망


요약: 카카오는 모바일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의 승객용 앱을 출시하고 31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020 비즈니스 자체는 세계적 흐름"이라면서 "서비스 출시에 앞서 대리운전 업체와 협의를 계속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들의 수수료는 기존 중소기업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수수료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가 '서비스 종사자가 첫 번째 고객'이라는 방침을 내세운 만큼 처우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뜻에서다. 카카오 측은 "카드 결제 수수료, 부가세만 하더라도 비용이 5% 정도"라며 "서비스 구축을 위한 마케팅 비용, 보험료 등을 고려해서 수수료 20%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용 방법: 설치 후 카카오 계정으로 가입하고 결제를 위한 카드 정보와 운행 차량을 등록하면 준비 완료. 앱을 실행 후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하면 기사 배정이 시작되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기사가 확인한 후 수락을 하면 끝이다. 기본요금 15,000원. 거리, 시간에 따라 1,000원씩 늘어난다. 금액으로 인한 실랑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카카오 택시에 도입되었던 '안심 메시지'도 도입되어 운행이 시작되면 친구들에게 기사 정보와 운행 정보가 담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카카오 택시, 카카오 대리운전. 카카오가 O2O계의 티라노사우르스가 되어가고 있다. 쥐라기의 티라노가 아니라 기껏해야 사자가 왕인 시대에 나타난 티라노이다. 한국에서는 체급이 맞는 경쟁자가 없어 보인다. 카카오 헤어샵, 카카오 홈클린 등 다른 분야의 사업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미지 출처: 파이낸셜 뉴스

'스타트업의 영역을 카카오가 말라죽이고 있다. 산업생태계를 파괴한다. 골목상권을 대기업이 다 죽인다'는 주장에 대해 카카오는 '서비스 종사자를 최우선'한다는 논리로 비난을 반박해 왔다.(사실 '카카오는 자선 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 우버 택시에는 반발했던 택시 기사들이 카카오 택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보면 틀린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윤리적인 측면을 배제하면 카카오의 확장은 금기시할 사항은 아니다. 사용자 관점에서 카카오의 서비스 확장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따져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모든 부문으로 뻗어나간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지향하는 단 하나의 목표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공유경제로 나아가려는 것일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그저 수익이 날만한 곳에 개별적으로 뛰어든 것일까. 현재까지는 후자에 가까운 모습만을 보여줬지만 이들을 잘 엮어서 과거 사람들의 대화 방식을 바꿨던 카카오톡에 버금가는 혁신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하루 책

전개: 새로운 루트로 가보자는 존의 제안에 '나'는 알겠다고 답하면서 그곳의 경치가 끝내준다고 이야기한다. '나'가 파이드로스일 때 와봤던 곳이다. 고산 지대를 모터사이클로 올라가는 순간 '나'는 종류가 다른 또 하나의 고산 지대인 사유의 세계에 들어간다.


30페이지가 넘는 이번 장에서 일행이 고산지대로 가는 데까지 5페이지, 나머지 + 25페이지는 '나'의 정신세계이다. 자연의 고산 지대처럼, 인간의 사유에도 고산 지대가 있다. 진리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고산 지대에 존재하는데, 고산 지대에 올라오는 길은 험하고, 여러 헛된 길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 그는 이 고산 지대에 오르기 위해 나름의 체계를 세웠던 등반가들을 이번 장에서 다루는데, 바로 칸트와 흄이다. 다음 내용은 그들의 설명 중 새겨둘 만한 내용들을 주관적 판단으로 골라 적은 것이다.



잡다한 다른 생각들이나 업무로 인해 정신이 조금만 산만해져도 몇 시간에 걸려 구축한 생각의 성채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마는 것 같았다. <p.218>


"이론적"이라는 용어와 "미학적"이라는 용어는 파이드로스가 후에 가서 고전적 유형의 현실과 낭만적 유형의 현실이라고 명명한 것에 상응하는 용어다. .. 고전적 현실은 일차적으로 이론적인 것이지만 자체의 미학을 지니고 있으며, 낭만적 유형의 현실은 일차적으로 미학적인 것이지만 이 역시 자체의 이론을 지니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아울러 이론적인 것과 미학적인 것 사이의 분리가 한 세계의 구성 요소 사이의 분리를 말하는 것이라면, 고전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사이의 분리는 별개로 존재하는 두 세계 사이의 분리를 말하는 것이다. <p.223>


마치 조각 그림 맞추기 놀이에 필요한 그림 조각들을 몽땅 갖고 있으면서 하나하나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인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p.233>


모든 지식이 감각적 인상에서 오는 것이라면, 하지만 실체 자체는 감각적 인상을 제공할 뿐 그 자체가 감각적 인상은 아니라면,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 실체에 대한 지식은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이는 다만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다.  .. 만일 누군가가 모든 지식은 감각을 통해 오는 것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우리 자신의 상상력이 창조해낸 것이라는 결론에 논리적으로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바로 흄의 말이기도 하다. <p.237>


칸트는 자체의 정당성을 스스로 잠식하는 노리의 횡포로부터 과학적 경험을 구출하고자 한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데는 어떤 의문도 있을 수 없다"라는 그의 말이 보여주듯, 칸트는 먼저 흄이 그에 앞서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감각 자료가 수용되는 바로 그 순간 감각 작용을 통해 지식의 모든 구성 요소가 온다는 논리를 부정함으로써 그는 곧 흄이 닦아놓은 길에서 벗어난다. "비록 모든 지식이 경험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p.238>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두 요인- 말하자면, 고정된 계층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선험적 개념들이라는 요인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감각 자료들이라는 요인-의 연속적인 종합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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