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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Jun 01. 2016

소통을 전제로 한 글쓰기

D + 13

하루 생각


    오래전 윤도현이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의 일이다. 상업 가수냐고 묻는 호동 도사님의 질문에 윤도현은 자신을 상업 가수라고 밝혔다. 그 뒤에 덧붙였다. '앨범을 낸다는 건 돈을 벌겠다는 거예요. 돈 때문에 앨범을 내는 게 아니라는 사람들은 왜 앨범을 내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혼자 듣고 좋아하고 말지.'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고, 지금도 쓰고 있다. 일기가 어떻게 내 생각을 적을까? 에서 그쳤다면 브런치는 어떻게 내 생각을 전달할까?로 의미가 확장된다. '혼자 듣고 좋아하는 것'이 일기라면,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앨범을 내는 것'과 같다. 브런치뿐만이 아니라 일기를 제외한 모든 글이 그렇다. 오랫동안 일기를 쓴 게 기록의 의미로는 좋지만 '글은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걸 오랫동안 잊게 만들었다. 일기는 오직 글을 쓸 때의 나와 읽을 때의 나를 연결해줄 뿐이어서 생각이 바뀐다 해도 변해버린 오늘의 나로 인해 바뀌는 것일 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브런치는 다른 사람을 위한, 다른 사람이 읽어줄 만한,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누군가가 다수라면 대중적이고, 소수라면 매니아적인 글이 나올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글은 어느 쪽에 맞춰서 쓰고 있는 것일까. 3개의 주제 중 하루 생각은 감성적이고 하루 IT는 정보제공이다. 마치 학교 앞에서 파는 돈까스 + 모밀 세트 같다. 돈까스와 냉모밀을 같이 파는 것은 좋지만,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빠졌다. 두 개를 따로 팔아봤어야 한다. 돈까스만 팔아보고 냉모밀만 팔아봐서, 각각의 음식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고 음식을 발전시켰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두 개를 같이 파니 사람들이 뭐를 싫어하는지, 왜 좋아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을 왜 하게 되었냐면, 이틀 전에 썼던 <아는 여자> 리뷰가 지금까지 썼던 글 중 조회수 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올렸던 글 중 유일하게 하나의 주제로 썼던 글.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왔는지가 명확하고 들어온 사람들도 궁금하지 않은 다른 주제에 시간과, 시선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쓰는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내 글을 보러 오신 분들의 시간도 소중하다. 선택과 집중은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다. 또한 브런치에는 내가 택한 주제별로 나보다 뛰어난 글을 쓰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주제를 하나로 줄인다 한들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하나의 글에 하루 생각, 하루 IT를 온전히 투자할 것이다. 하루 책은 아무도 찾지 않는 무장아찌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니 중단하지 않고 가니쉬 용도로 써야겠다. 몇 명은 집어먹을지도.


첫 번째 피봇이라면 피봇이다. 여전히 작가라는 말은 너무너무 낯간지럽다. 아무도 그렇게 불러주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접속할 때 나타나는 수식도 부끄럽다. 그냥 평범하게 회원님이라고 나오면 좋으련만, 아니면 브런치니까 '식사 당번'이나


아무튼 소중한 소수의 구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그분들 뿐만이 아니라 간혹 들어오셨을 다른 분들께도 한 말씀 올리고 글을 마치겠다.


오늘부터 식당의 메뉴가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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