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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May 30. 2016

애매, 스페이스X, 2부 10장

D + 11

하루 생각

애매

21개월이라는 군 복무 기간이 내게 안겨준 잡동사니들 중에 쓸만한 게 있다면 바로 운동하는 습관이다. 제대 이후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 여러 체육관을 알아보다가 집과 가까운 곳에 복싱장이 있어서 등록을 했다.


복싱을 어느 정도 배우고, 다른 관원들에 비해 꾸준히 체육관을 다니자 관장님께서 생활체육대회를 나가보지 않겠냐며 권유하셨다. 재밌겠다 싶어서 출전 날짜를 잡았고 그때부터 대회 때까지 하드 트레이닝을 했다. 스파링도 매번 했었는데 어느 날 스파링이 끝나고 관장님이 한마디를 던지셨다.

"애매해...."

어리둥절해하는 나한테 관장님은 다시

"아.. 참.. 애매해....."

라고 하신 후 관장님이 찾아낸 내 복싱 스타일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이어지는 나에 대한 평가는 신랄하고 정확했다. 조금 순화해서 그때의 말을 되살린다면

"뭔가 이도 저도 아니야. 붙어서 싸우기에는 힘이 모자라고, 떨어져서 싸우기에는 발이 느려. 힘을 키우자니 같은 체급에서는 리치가 조금 긴 편이라 떨어지는 게 유리할 것 같고, 체력은 괜찮은 편이라 붙어서 싸우면 상대방이 빨리 지칠 거 같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칭찬도, 욕도 아닌 평가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짓던 나는 희망찬 질문을 던졌다.

"그럼 두 스타일 모두를 제가 할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나를 똑바로 쳐다보시며 관장님은 말씀하셨다.

"응 아니야"

.....

결국 그렇게 애매한 상태로 대회를 나갔고, 3번 이기면 우승인 대회에서 1승 1패라는 애매한 성적을 거둔 뒤 돌아왔다. 그 뒤 애매하게 한 달 정도 체육관을 다니다가 집이 이사하면서 복싱을 그만두게 되었다.  


인파이터, 아웃복싱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았던 링 위에서의 나처럼, 스타트업에서의 내 위치도 그런 것 같다. 경영학과 학생 치고는 코딩을 할 줄 아는데, 개발자와 비교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다. 사업계획서를 어느 정도 써봤고, 시장조사도 제법 해봤지만 기획자 타이틀을 달기에는 부족하다. 어쩌면 나는 호모 애매투스일지도.


먼 훗날 음식점을 차린다면 메뉴는 이렇게 해야겠다. 곱창 파스타, 치즈 찌개, 크림 막걸리, 누룽지 리조또


하루 IT

스페이스X, 로켓 해상 회수 3 연속 성공


테슬라의 창업자 일런 머스크의 또 다른 기업인 우주 벤처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에 쏘아 올린 로켓을 회수하는 데에 3연속 성공했다. 회수된 로켓은 우주선 발사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는 1단 추진체로, 기존 우주 산업의 비용 절감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만일 회수된 추진체를 재사용하는 데에도 성공한다면, 평균 6000만 달러(690억 원)가 발생하는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스페이스 X는 이번에 회수된 로켓을 다시 사용하는 실험을 올 하반기에 실시할 계획이다.


정말로 '스타워즈'가 실현되는 것일까?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까마득한 목표를 향해 일런 머스크가 또 한 발짝 전진했다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보이지 않는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일런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만든 '블루 오리진'과 버진 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등 제법 많은 부호들이 민간 우주사업을 설립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우주 산업은 그동안 철저히 국가산업이였다.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처럼 예외는 있었지만, 군수산업과 연계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서 우주 산업으로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왜 그동안 민간 산업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기초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고, 기술적인 부분도 컸다. 거의 밑빠진 독에 물붓기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지만, 뚫고 들어가는 순간 이전의 산업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익과 명예를 얻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블루 오리진.


이런 기사가 뜰 때마다 한국은...이라는 반응들이 댓글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국내 재벌들은 면세점에만 투자한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 베끼기나 한다'가 대부분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주사업은 재벌들의 의무도 아니고 요구할 사항도 아니다. 국내와 해외의 기술력, 상황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머스크처럼 엑싯(EXIT)을 통해서 우주 벤처기업을 설립할 정도로 거대한 부를 획득하기가 힘들뿐더러, 기존 대기업의 경우, 굵직한 의사결정은 독단이 아닌 주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자신의 주식이 99%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르는 도박에, 심지어 성공한다고 한들 자신의 업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일에 동의할 주주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존재할지도 의문이다.


기존 대기업들이 폐쇄적이고 안전한 산업만을 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큰 돈을 얻을 만큼 성공에 다다른 누군가가 우주산업에 뛰어들 꿈을 안고 있기를 바라거나,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적합한 태도인 것 같다. 물론 내일이라도 재벌들이 의기투합하여 우주사업에 뛰어든다면, 설사 망한다 한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술적 발전과 역량을 기를 수 있겠지만, 내 돈이 아닌 것을 어쩌겠나.


하루 책

전개: '나'와 일행들은 몬태나를 가로질러 점점 서부로 나아간다. 모터사이클 위에서 '나'는 모터사이클을 관리하는 과학적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한 챕터의 분량 중 10분의 1이 모터사이클 여행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9는 '나'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나 회상이다. 이런데도 이 책이 미국 여행 관련된 곳에 있다니..


일반 상식으로 해결하기에 너무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귀납과 연역적 추론이 뒤섞인 일련의 기다란 사유 작업이 요구된다. 예컨대, 모터사이클 관리의 경우, 기계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일과 사용 지침서를 통해 입수한 기계의 계층 체계를 머릿속으로 확인하는 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양자를 엮어나가는 작업이 요구된다. <p.193>


관찰 기록부에 들어갈 논리적 진술들은 여섯 개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문제 자체에 대한 진술, (2) 문제의 원인에 대한 가설들, (3) 각각의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고안된 실험 방법들, (4) 실험을 거쳤을 때 예상되는 결과들, (5) 실험을 통해 관찰된 결과들, (6) 실험의 결과에서 얻은 결론 <p.195>


굳이 모터사이클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통용되는 순서도이다. 구성원들과 공유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도구.


"해결해야 할 문제: 왜 모터사이클이 작동하지 않을까?"라는 진술과 "해결해야 할 문제: 모터사이클의 전기 장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라는 진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 물론 후자보다는 전자가 한결 더 바람직한 것이다. 전자의 경우처럼 말하면 멍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확한 진술이기 때문이다. <p.196>


원인을 자세하게 가정하면 다음 행동을 구체화시키지만, 동시에 시야를 좁게 만든다. 다음 행동을 생각하는 것만큼 한단계 위의 전제도 설정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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