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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May 28. 2016

수통, 애플 타임워너, 2부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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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생각

군대, 대대손손 전해지는 보급품에 관하여


오늘은 군필들의 단골 주제인 군대 물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겠다. 군대 이야기가 재미없으신 분들도 있을 테니 지루한 분들은 빠르게 '하루 IT'로 넘어가셔도 좋다.


지난 수요일에 예비군을 다녀왔다. 언제나처럼 전역모를 내고 장구류를 챙기러 장구류 보관소에 들어갔는데, 마련되어있던 장구류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탄띠는 수가 모자라서 절반 이상이 없는 채로 교육을 받았고, 방탄모에는 하나같이 턱끈이 없었다. 4년 내내 예비군 교육을 받았던 곳인데 지난 3년간은 이런 일이 없었다. 해당당 부대의 방침이 다를 수 있지만, 예비군 장구류는 최대한 A급을 준비해야 했던 내 군생활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안 좋은 장구류를 받으니 군생활 때 썼던 수통이 떠올랐다. 은빛이 반짝이는 철제 수통으로, 군데군데 찌그러진 형태가 고전미를 뽐냈고, 특히나 수통 아래 새겨져 있던 1951이라는 숫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럴수가, 포화 속에서 살아남은 수통을 내가 쓰다니! 잠깐, 이거 내가 쓸게 아니라 용산 전쟁기념관에 모셔야 할 물건 아닌가?' 캡틴아메리카가 70년 된 방패를 들고 싸웠듯이, 나는 60년 된 수통을 들고 나라를 지켰다.

정확히 이렇게 생겼다. [출처: Google]

수통에 대한 내 애정은 상당했었다. 60년이 넘었지만 새는 곳도 없었고, 90년대 나온 수통보다 반짝였다. 플라스틱으로 된 신형 수통을 갖고 있는 애들을 보면 불쌍한 마음도 들었다. '한 번뿐인 군생활을 저런 수통을 들고 하다니.. 쯧쯧'  


수통을 향한 마음이 애정에서 혐오로 바뀐 것은 한줄기 빛이 수통 안을 비추어 감춰진 참상을 알게 된 이후였다. 그 속에는 흡사 카레보다 짙은, 3일 연속 돼지고기만 먹고 배출한 숙변의 색과 유사한 곰팡이가 있었다. 그날 수통으로 물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심한 복통을 앓았다. 국가가 내게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원효대사 해골물을 체험하라고? 호국승병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키라고? 됐고 골프 칠 돈 있으면 수통이나 바꿔줘!! 1951년의 원혼들이 내 속을 긁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전역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수통에 입을 갖다 댄 적이 없었다.  


그랬던 시절이 5년 전인데, 여전히 많이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6조나 투입한 '군대 내무반 현대화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봤다. 어떻게 6조나 투입했는데 완성을 못하는지 궁금할 수 있지만, 군대라면 모든 게 가능하다. 51년 된 수통을 계속 쓰게 하면 된다.


하루 IT

애플, 제2의 넷플릭스 꿈꾸나... 타임워너에 인수 제안


애플이 거대 미디어그룹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려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최근 13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인 애플이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타임워너 인수를 고려했다는 사실은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애플의 욕구를 시사한다. 애플의 타임 워너 인수 논의는 초기 단계에서 더 나가지 않았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뷰크스 타임워너 CEO는 이 논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애플과 타임워너 모두 이번 인수협상과 관련해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얼마 전 애플이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에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한 뒤에, 이번에는 기업가치가 무려 70조 원이 넘는 미디어공룡 타임워너 인수 소식이 들려온다. 13년 만에 성장세가 꺾인 애플을 국내 언론들에서는 하나같이 위기라고 이야기하지만 글쎄, 애플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 여유가 있나 싶다. 무인카, 공유경제에 이어서 미디어그룹으로의 확장이라니, 아이폰이라는 함선에 살짝 금이 갔을 뿐인데 애플은 다른 배들을 건조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미국의 주요 미디어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흥미롭다. 전 사장은 디즈니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픽사를 잡스가 인수했고, 이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끊어졌던 미디어와의 연결고리를 이제는 70조가 넘는 타임워너를 인수하여 이어가려 한다.)


타임워너는 CNN, HBO 등 미국의 주요 채널뿐만 아니라 영화계의 큰 손인 워너브라더스를 가진 회사이다. 데드풀, 슈퍼맨 시리즈를 볼 때마다 등장하는 WB로고의 그 워너브라더스이다. 만일 성사된다면 <저스티스 리그>가 애플의 직원이 되는 건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슈퍼맨의 모습을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갤럭시S7 배트맨 컬렉션을 낸 삼성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루 책


여담: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보니 청구기호가 900번이었다. (900번은 여행 관련 책) 오류를 의심하며 표시된 번호를 찾아가 보니 책은 론리플래닛 미국편과 한 대학생의 미대륙 횡단 에세이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책을 미국 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펼쳐본 사람은, 동물 다큐멘터리를 틀자 '톰과 제리'를 본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을 횡단하면서 떠올린 생각, 일들을 설명해주지만 지명이 텍사스에서 대전으로 바뀐다 해도 내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개: 일행들은 드디어 서부에 들어선다. '나'는 이동 중에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자 직접 엔진을 해체하여 수리한다. 고장 난 부품을 찾아내어 고친 후 모터사이클을 조심스레 다룬다.


이번장은 핵심적인 문장을 뽑아내서 주석을 달기가 어렵다. 따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한데 덩어리 짓자니 들어낸 문장의 직전, 직후가 같이 끼워달라고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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