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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을 마친 뒤 광화문 교보문고를 갔다. 이 곳은 내가 혼자서 가장 많이 가본 곳 중 하나이다. 내가 아는 서점 중에 규모가 가장 크고, 책들은 모두 꺼내어 속을 살필 수 있게 되어있다. 사람들이 많고 적당히 시끄러워서 혼자 있어도 쓸쓸함이 덜하다. 얼마 전 생긴 100명이 앉을 수 있다는 나무로 만든 책상도 멋스럽다. 앉아본 적은 없지만 배치한 설립자의 취지가 좋았기에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본 뒤 지나갔다.
약속이 있을때면 약속시간보다 빨리 간 뒤 서점에 머물거나, 약속이 끝나면 바로 가지 않고 서점을 들르곤 했다. 그때마다 사고 싶었던 책이 있던것은 아니였다. 한 책장 앞에 아무리 오래 서있어도, 뭐 찾으시는거 있냐고 종업원이 다가와 묻지 않아서 좋다. 초특가 세일이나 1+1같은 문구로 나를 유혹하지 않아서 좋다. 딱히 뭔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없는 날, 그럼에도 잉여처럼 보내기 싫은 날에 책방을 간다. 그저 산책하듯 전체를 휘휘 돌고 몇권의 책을 꺼낸뒤 훑고 집어넣기를 반복한다. 머리 속에 남는 문장 하나 없지만 집에 돌아오면 뭔가를 한 것 같은 기분을 얻어서 좋다.
저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 때문에 서점을 간다. 서점이 좋다.
구글 vs 오라클의 자바 사용 논쟁, 일단은 구글의 승리
요약: JAVA는 SUN이라는 회사가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이고,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며 JAVA의 라이센스를 얻기 위한 협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10년에 오라클이 SUN을 인수하면서 JAVA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오라클이 갖게 되었다. 이후 오라클은 구글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로 소송을 했으나 승소할 가능성이 적어 저작권 침해로 방향을 틀었다. 2012년에 법원은 구글의 손을 들어줬지만, 2014년에는 오라클의 저작권을 인정해줘야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며 원점으로 돌아갔고, 오늘 세번째 판결이 나왔다. 구글이 이겼고, 구글의 API 사용은 공정사용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소송은 9조원이 누구에게 갈지 궁금한 정도였지만, 개발자들과 스타트업에게는 자신들의 명운이 달린 문제였을 것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구글의 승리를 기도했을 것이다. 구글이 더 착한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구글이 승리해야 자신들도 위험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API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를 연결해주는 통로같은 것이어서, 대부분의 API는 서로 비슷하다. 만일 구글이 패소했다면, 구글이 공표한 API를 쓰는 서비스들은 어떻게 될것이며, MS나 애플도 먹잇감을 찾아 다닐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셀수없는 소송이 뒤엉키는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6년이나 계속된 구글과 오라클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라클은 바로 항소를 했다. 만일 다음 소송에서 오라클이 이긴다면 그 여파는 오늘처럼 단순한 흥미거리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전개: 날이 무덥지만 '나'는 오토바이의 상태를 감안하며 천천히 달릴 것을 제안한다. 존과 실비아는 빠르게 달리자고 주장하지만 '나'가 들어주지 않는다. 부부는 자신들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나'에게 화가 나있다. '나'는 달리는 와중에도 파이드로스를 생각하며, 파이드로스가 어떤 사람이였는지를 자세히 떠올린다.
사람들은 보다 더 오래 살기 위해 보다 더 오래 사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목표가 없다.<p.155>
이런 짧은 문장에도 나는 충격을 받는다. 나를 나타내는 듯한 글을 읽으면 잠시 부끄러워진다.
파이드로스는 과거의 '나'였다. 파이드로스(과거의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서툴었고, 논리학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모든 공학 기술, 현대 과학의 밑바탕을 이루는 합리성을 광적으로 탐구하다가 정신병을 얻었고, 전기충격으로 과거의 '나'인 파이드로스의 인격을 지워버렸다.
드디어 1부가 끝났다. 속도는 더디지만, 놓치고 지나갔던 맥락과 문장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같은 길을 여행하는 다른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