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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May 19. 2016

브런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D + 2

하루 생각

브런치는 왜 브런치일까?

    브런치를 알게 된건 사실 1년 정도 되었다. 홍보성 글, 이모티콘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글로 가득한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긴 호흡의 글을 적고, 기꺼이 그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모인 플랫폼은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늘 나만의 공책에 일기만 써왔던 탓에, 기록에만 머무는 글이 아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한국판 미디엄이다, 카피캣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다른 점도 있고 한국식으로 훌륭히 재해석했으면 그것만으로도 사용할 이유는 충분하다 (난 밥버거를 좋아한다. )

    충동을 해결해줄 도구로 브런치는 완벽했지만, 단 한가지 이유때문에 사용을 망설여왔다. 브런치를 '브런치'라고 불러야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왜 하필 브런치일까?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사람들에게 '하하 나 요즘 브런치해'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괜히 부끄러워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거 있다며? 브런치. 그걸로 해. 멋있잖아~ 세련되고' 같은 어느 부장님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정으로 태어난 이름처럼 느껴졌다. (카카오에는 그런 사람이 없을것 같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니까 뭐..) 차라리 '아점'이였더라면 좀 더 일찍 시작했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낯설고 부담스럽던 브런치라는 이름도 1년 정도 들락거리며 되뇌이니 어느덧 '아점'만큼 친숙해졌고, 이름이 마음에 들어 쓰는것보다, 이름이 마음에 안들어서 안 쓰는게 더 바보 같다고 느껴져서 자리잡았다. 물론 여전히 그 이름이 멋쩍기는 하다. 브런치는 대체.왜.브런치일까


"오 브런치 그대는 왜 브런치인가요?... 그대의 이름만이 내게 적일 뿐이에요."


하루 사건

 


하루 책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처음으로 고른 책은 로버트.M.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다. 이미 2번이나 끝까지 읽었던 책이지만, 2번째로 읽을 겨우 자욱했던 안개가 살짝 걷혔을 뿐 내게는 지금도 낯설기만 한 책이다. 읽을 당시에는 뭔가 하나씩 배워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 역시 책장을 덮으면 사라질 신기루에 불과했고, 책이 내게 준 영광은 그저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었다는 것, 누군가 로버트 피어시그가 누구야? 라고 묻는다면 '아~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작가? 나 그 사람 책 좋아해' 라는 지적 허영을 부릴 기회를 줬다는것 정도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았지만 무리하지 않고 대략 2주에 걸쳐서 읽으려고 한다. 그 이상 걸려도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것은 지속적인 독서, 연결하는 독서이다.

책을 펴기에 앞서, 기억에 의존하여 이 책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철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그의 어린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 대륙을 여행하며 나누는 대화를 수필 형식으로 엮은 소설이다. 지금도 이 책을 소설로 분류해야할지 수필로 분류해야할지, 철학서로 분류해야할지 아리송하다. 언젠가 책장을 장르로 분류한다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책장 위에 눕혀놔야 될것 같다. 아니면 요일제로 이동시키든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부자의 오토바이 여행에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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